참나리꽃빛 머리카락

 


  곁님이 머리카락에 물을 들였다. 무슨 빛깔이라고 해야 할까, 무척 밝은 빛깔을 입혔다. 여러 날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비로소 한 가지 떠오른다. 그래, 참나리꽃빛이로구나.


  고등학교 다닐 무렵이었나, 그때에 참나리꽃을 처음 알아보고는 어쩜 이렇게 고운 빛이 다 있나 하고 퍽 오래도록 생각했다. 주홍이니 주황이니 다홍이라는 한자말 이름으로는 참나리꽃빛을 가리킬 수 없겠다고 느꼈다. 참나리꽃빛은 오직 참나리꽃빛이라고 할까.


  곁님이 머리카락에 물을 들인 머리방에서는 어떤 이름으로 이 빛깔을 가리킬까. 머리카락에 물들이는 곳에서 ‘참나리꽃빛’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을까. 이런 빛이름을 쓰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아들을 만할까. 참나리꽃이 자라는 들이 이 땅에 얼마나 있을까. 우리 시골집에서 면사무소 가는 길목에 참나리꽃이 해마다 스스로 피고 지는 자리가 있는데, 마을 어른들은 그곳에도 어김없이 농약을 듬뿍 치고 봄가을에 불을 질러 다 태운다. 그렇지만 참나리꽃은 해마다 씩씩하게 다시 돋고 새롭게 오른다. 참 대단하지, 참 놀랍지, 참 아름답지. 4347.3.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슬비 2014-03-16 23:16   좋아요 0 | URL
머리색을 보니 '삐삐'가 떠올랐어요. 머리도 양갈래로 묶으셔서 더 그런것 같아요. ㅎㅎ
정말 함께살기님 말씀대로 '참나리꽃빛'이네요. 너무 너무 과감하세요.
저는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서 염색은 꿈을 못꾸는데,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

숲노래 2014-03-16 23:29   좋아요 0 | URL
네, 빨강머리가 되면
다들 놀랍고 아름다운 힘이 솟으니,
우리 곁님도 빨강머리와 함께
씩씩하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시골에서는 이 머리빛을 보고
다들 '빛이 곱다'고 좋아해 주십니다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