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시를 쓰듯이 글을 엮는다. 한 사람은 노래를 하듯이 사진을 찍는다. 두 사람 숨결이 모여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 빛나는 이야기가 태어난다. 모두 네 권에 이르는 조그마한 책꾸러미가 살며시 솟는다. 봄에는 꽃이고, 여름에는 비이며, 가을에는 잎이고, 겨울에는 눈이라 한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다가, 내가 ‘풍경일기’를 쓴다면, 봄에는 풀을 그리고 여름에는 꽃을 그리며 가을에는 나무를 그리다가 겨울에는 하늘을 그리겠다고 느낀다. 봄날에 틀림없이 온갖 꽃이 막 봉오리를 터뜨리기는 하지만, 꽃망울이 터지려면 풀잎이 돋고 풀줄기가 올라야 한다. 나뭇가지에는 나뭇잎이 없어도 꽃이 먼저 터지기도 하지만, 나뭇가지 없는 꽃은 없다. 풀 없는 꽃은 없다는 소리이다. 여름날 꽃이 떠오르는 까닭은 여름에는 꽃씨가 낳은 열매가 흐드러지기 때문이다. 가을에 나무가 떠오르는 까닭은 들일을 하며 나무그늘에서 쉬엄쉬엄 바람을 쐬며 쉬기 때문이다. 겨울에 하늘이 떠오르는 까닭은 온누리를 맑게 감싸는 파랗게 눈부신 하늘이 드리우는 하얀 구름과 무지개가 떠오르기 때문인데, 겨울날 밤빛을 보면 그야말로 새하얀 별잔치이다.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가 제대로 못 만든 책이라고는 느끼지 않지만, 어딘가 알맹이가 살짝 빠진 듯해 허전하다. 4347.3.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