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님 책들을 (도서관일기 2014.3.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권정생 님이 남긴 책을 돌아본다. 나는 권정생 님을 1998년에 처음 알았다. 1997년 12월 31일에 강원도 양구 멧골짜기 비무장지대에서 벗어나 고향집으로 돌아온 뒤 《몽실 언니》라는 책을 만났다. 군대에서 벗어나 마음과 몸을 쉬다가 읽은 《몽실 언니》는 내 마음을 크게 울렸다. 이렇게 놀라운 동화책을 왜 1984년이 아닌 1998년이 되어서야 읽을 수 있었나 하고 돌아보았다. 내 어린 날 국민학교에서는 왜 이런 엄청난 동화책을 읽히지 않았을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왜 권정생이라고 하는 분 작품을 하나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내 둘레에도 권정생이라는 이름을 아는 벗이 없었다. 다섯 학기를 다니고 그만둔 대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권정생이라는 이름을 아는 벗을 처음으로 만났다.
1998년 1월 8일 아침에 《몽실 언니》를 손에 쥔 뒤 낮에 눈물을 글썽이며 다 읽었다. 그러고 나서 권정생 님이 쓴 책을 하나씩 찾아나섰고 오래지 않아 모든 책을 다 찾아서 읽을 수 있었다. 헌책방을 다니며 판 끊어진 예전 책을 찾아내기도 했다.
문학이란 무엇일까. 어린이문학과 어른문학이란 무엇일까. 권정생 님이 쓴 글은 어린이문학에 넣곤 하는데, 어린이문학 테두리로만 바라보아도 될까. 삶을 밝힐 뿐 아니라 사랑을 빛내는 이 글이야말로 노벨문학상을 줄 만하지 않은가. 셀마 라게를뢰프 님에 이어 어린이문학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분이 권정생 님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런 대목까지 헤아리는 평론가라든지 다른 작가는 얼마나 될까.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두루 읽고 즐길 수 있는 글을 쓴 권정생 님인데, 이러한 그릇과 넋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헤아려 줄까.
서재도서관에서 권정생 님 예전 책을 찬찬히 돌아보다가 강경옥 님 만화책을 쓰다듬어 본다. 어느 연속극이 강경옥 님 만화책에서 소재를 가져다 썼다는 말이 많다. 마지막에는 《별빛속에》를 떠올리게 했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별빛속에》이지. 우리 만화밭 흐름을 바꾸었다고 할 만한 작품 《별빛속에》이지. 옛날 대여점 판은 짝을 다 맞추지 못했으나 나중에 나온 애장판으로 갖추어 놓았다. 우리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은 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나 《별빛속에》는 우리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하다고 느낀다.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책일 때에 아이들한테 물려준다.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작품일 때에 오늘 이러한 책을 즐긴다. 강경옥 님 만화에서 소재를 가져다가 쓴 연속극은? 그런 연속극은 디브이디로 건사해서 물려줄 만할까? 글쎄, 고개를 갸우뚱한다. 스스로 아름답게 창작하지 못한 작품은 건사할 까닭도 없고, 물려줄 일도 없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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