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책보다
더 많은 책보다 더 즐거운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사랑스러운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아름다운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따뜻한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슬기로운 책을. 더 많은 책보다 더 알찬 책을.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도 좋고, 우람하게 자란 나무가 한 그루 있는 들도 좋다. 온갖 나무가 서로 곱게 어우러진 나무밭도 좋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자라는 나무가 있는 시골집 마당도 좋다.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꿈꾸는 삶이란, 나 스스로 바라면서 사랑하려는 삶이라고 느낀다.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은 책이란, 나 스스로 하루를 알뜰살뜰 가꾸면서 빛내는 길에 동무가 되는 책이라고 느낀다. 나는 내 어버이한테서 값진 선물을 받지 않았다. 오직 하나 사랑을 받았을 뿐이다. 나는 내 아이한테 값진 선물을 주지 않는다. 오로지 하나 사랑을 줄 뿐이다.
값진 책도 틀림없이 있으리라. 퍽 비싸다 싶은 값으로 사고팔리는 책은 틀림없이 있으리라. 그런데, 내 눈길은 값진 책한테 가지 않는다. 내 손길은 값진 책으로 뻗지 않는다. 내 눈길은 사랑스러운 책한테 간다. 내 손길은 아름다운 책으로 뻗는다. 이레쯤 있으면 우리 집 뒤꼍에 매화꽃이 피려나. 매화나무 꽃망울이 터질듯 말듯 부풀어오른다. 살짝 만지니 보들보들 폭신폭신 따스하다.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