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2.24.
 : 논둑길에서 자빠진 자전거

 


- 안장대 조임쇠가 자꾸 풀려서 읍내에 나가 자전거집에서 새 조임쇠를 얻었다. 안장대 조임쇠가 다시 안 풀리겠거니 여겼지만, 웬걸 논둑길을 따라 달리다가 그만 안장이 쑥 뽑히면서 샛자전거가 자빠진다. 샛자전거에서 신나게 발판 구르기를 하던 큰아이가 오른쪽으로 자빠졌다. 왼쪽으로는 퍽 깊은 도랑물이 흘렀기에 자칫하면 큰일이 날 뻔했다. 샛자전거와 수레가 빠진 내 자전거를 세우고 큰아이한테 간다. 얼굴에 흙이 묻었지만 긁히지 않았다. 오른쪽 몸으로 폭삭 자빠진 듯하다. 다치거나 아픈 데는 없어 보이지만, 갑자기 자빠졌으니 놀랐겠다. 흙을 털고 머리카락에 붙은 검불을 뗀다. 큰아이는 아버지 품에 한참 안긴다. 안겨서 한참 운다. 아무래도 안장대 조임쇠를 새로 다시 장만해야겠구나. 아니면 자전거를 아예 새로 장만해야 할는지 모른다. 그동안 오래도록 두 아이와 수레를 잘 끌어 주었지만, 힘이 많이 모자라는 듯하다. 자동차 없는 논둑길을 달리다가 풀려서 그렇지, 자동차 달리는 찻길에서 풀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 조금 앞서까지 노래를 부르며 자전거를 달리던 큰아이가 면소재지에 닿아도 말이 없다. 빵집에 들어가도 말이 없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과자를 사도 말이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말이 없다.

 

- 내 노란 자전거는 틀림없이 튼튼한 자전거이다. 지난 열 해 동안 나하고 참 머나먼 길을 잘 달려 주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언제나 내 몸이 되어 머나먼 길을 씩씩하게 달려 주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샛자전거와 수레까지 붙이고 달리기에는 벅차구나 싶기도 하다. 샛자전거와 수레를 달고 씩씩하게 달릴 투박하며 무겁고 단단한 자전거를 새로 장만해야 할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내 노란 자전거는 앞으로 혼자만 타야지 싶다. 알뜰히 아껴 혼자서 타다가, 큰아이 키가 165㎝를 넘으면 물려주어야겠다. 샛자전거와 수레를 붙이고 끌 만한 자전거를 알아보고, 자전거 장만할 돈을 모아야겠다.

 

- 마을 고샅길 상수도 공사를 한다며 여러 날 길바닥을 까뒤집고는 시멘트를 다시 들이부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대문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했고, 우리 식구도 꼼짝없이 집에서만 지냈다. 밖으로 나갈 틈이 없이 시멘트를 부었으니 어쩌나. 대문 앞에까지 이렇게 시멘트를 부었으면 나무 받침대라도 놓아야지, 어쩌라고 이렇게 공사를 하나 궁금하다. 시멘트가 다 말랐다 싶어 오늘 겨우 자전거를 끌고 마실을 나왔는데, 큰아이는 축 처지고 만다. 그래도 큰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품에 다시 안긴 다음 마당에서 동생하고 개구지게 논다. 오늘 자빠진 일은 말끔히 잊고 다음에 다시 자전거 즐겁게 타자꾸나.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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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03 14:06   좋아요 0 | URL
와~ 자전거 마차... 타 보고 싶은데요^^ 3월... 와락 찾아와 버린 봄이 너무 좋고 반갑네요...즐거운 시간 되세요~

숲노래 2014-03-03 18:24   좋아요 0 | URL
마차까지는 아니고 수레인데,
48킬로그램까지 실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40킬로그램 즈음 싣고 달려도
끈으로 바닥을 대다 보니 주저앉더라구요 ^^;;

그래서 바닥을 굵은 동아줄 같은 끈으로
친친 감아서 아주 단단하게 받쳤답니다 ^^;

어느새 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