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 잎망울

 


  봄이 되면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꽃나무를 일찌감치 알아보면서 꽃놀이를 즐긴다. 잎을 틔우는 나무 곁에서 잎놀이를 즐기는 사람을 보기란 아주 어렵다. 나무에서 잎이 돋는 일이 뭐 대수롭느냐 여기곤 하는구나 싶다. 그렇지만 나무가 나무인 까닭은 바로 나뭇잎 때문이다. 봄에 돋고 가을에 지며 겨우내 겨울눈으로 숨결을 잇는 잎이 있어 나무가 나무답게 살아갈 수 있다.


  풀은 풀잎이 돋아 풀내음이 난다. 사람한테는 어떤 잎이 있을까. 사람은 스스로 어떤 숨결로 푸른 이야기를 이웃과 나누면서 살아갈까. 아주 앙증맞도록 조그마한 잎망울을 맺는 모과나무를 바라본다. 봄날 매화나무라든지 벚나무는 참 많은 사람들 눈길을 타지만, 봄날 모과나무나 뽕나무나 감나무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몹시 드문데, 다 괜찮다 다 좋다. 나는 우리 집 모과나무와 뽕나무와 감나무에 돋는 새봄 잎망울을 날마다 기다리며 찬찬히 들여다보고 쓰다듬으니까. 4347.3.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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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4-03-02 15:18   좋아요 0 | URL
주말에 집근처 산으로 산책 갔는데, 아직 이곳은 잎망울이 보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곧 잎망울이 보이겠구나...했는데, 함께살기님 서재에서 봄을 느끼고 갑니다. ^^

숲노래 2014-03-02 16:36   좋아요 0 | URL
나무마다 조금씩 다르니, 곧 잎망울 고운 빛을
보슬비 님 마음에도 살포시 담으시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