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 책읽기

 


  어떤 분이 있다. 나는 이 어떤 분을 잘 모른다. 이 어떤 분도 나를 잘 모른다. 그런데 꽤 예전에 예닐곱 해쯤 앞서인가 어떤 분이 나한테 연락을 했다. 이녁이 쓴 책에 사진을 넣고 싶다면서, 내가 찍은 헌책방 사진을 줄 수 있느냐고 여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분한테 두 가지를 물었다. 첫째, 헌책방 사진을 넣고 싶은 그 책이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지 원고를 보여주십사 묻고는, 둘째, 사진을 쓰려면 사진값을 치러야 할 텐데 사진 인세를 어떻게 하시겠느냐 하고 물었다. 첫째 물음에 어떤 분은 책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만 했고, 원고는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둘째 물음은 출판사에 물어 보겠노라 했다. 그래서, 어떤 원고로 나오는 책인지 알 수 없는데 헌책방 사진을 함부로 줄 수 없다고 했다. 헌책방을 노래하는 원고인지, 헌책방은 오래된 낡은 뒤처진 곳이라고 깎아내리는 원고인지 모르는 채 헌책방 사진을 함부로 줄 수 없는 노릇이라 했다. 나중에 출판사 일꾼하고 이야기를 나눈 뒤 연락하기를 사진값을 주기 어렵다 했다. 그러면 인세 몫에서 잘라 사진값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다른 사람이 애써 찍은 사진을 거저로 가져가려 하면 안 된다고, 정 사진을 쓰고 싶으면 내가 찍은 사진은 인터넷에 많이 떠도니 그 사진을 잘 살펴보고 비슷하게든 똑같이든 찍어서 그 책에 쓰시라 했다.


  그 뒤로 어떤 분한테서 아무 연락이 없다. 그러고 몇 해 지나 지난해 첫겨울에 어떤 분한테서 다시 연락이 온다. 이번에도 책을 이야기하는 책을 그 어떤 분이 쓰는데, 전국에 있는 수집가를 인터뷰하는 책이라고 하면서, 나더러 ‘사진책 수집가’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여쭌다. 그래, 나를 얼마나 알아보고 살펴보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사진책 도서관’을 혼자서 열어 꾸리는 사람이지, ‘사진책 수집가’가 아니라고 어떤 분한테 말한다. 그러니 어떤 분이 하는 말, ‘내가 하는 일을 내가 글로 정리해서 보내 줄 수 있느냐’ 한다. 인터뷰를 해서 책으로 내겠다면, 인터뷰를 할 사람이 고흥에 살건 서울에 살건 그이한테 찾아가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노릇이 아닐까. 인터넷에서 누리편지 한두 번 보내면서, 게다가 ‘내 삶을 나 스스로 정리해서 글로 써서 보내 달라’는 부탁은 뭔가. 인터뷰를 하시겠다면서 인터뷰를 받는 사람이 자기소개와 스스로 하는 일을 손수 정리해서 글로 쓰는 법도 있는지 궁금하다고, 이녁이 내 네이버블로그이든 알라딘서재이든 들어와서 도서관일기라도 좀 읽으시라고 말한다. 그러니 어떤 분은 내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이녁이 정리해서 그 글을 이녁 책에 소개글로 넣으면 되겠느냐고 묻는다.


  도무지 이야기가 안 되어 더는 대꾸를 하지 않는다. 설마 어떤 분은 내가 쓴 글을 나도 모르게 편집해서 ‘마치 나를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얘기를 듣기라도 한 듯이’ 꾸며서 책을 내지는 않겠지? 알라딘서재에 있는 어떤 분도 내 얘기를 엉뚱하게 편집질을 해서 ‘마치 나를 잘 아는 이웃이라도 되는 듯이’ 꾸며서 책을 내어 놀래킨 적이 있는데, 부디 뒷통수 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남 이야기를 하자면, 남이 쓴 책이라도 좀 제대로 읽거나, 남이 일하는 사진책 도서관으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듣기라도 하기를 바란다. 4347.3.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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