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씨앗이 터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생태놀이터 1
곤도 구미코 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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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한 톨이 살리는 숨결
― 톡 씨앗이 터졌다
 곤도 구미코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한울림어린이 펴냄, 2007.5.2.

 


  봄이 되어 빈터마다 새싹이 돋습니다. 논둑과 밭둑에도 새싹이 돋습니다. 마당과 숲에서도 새싹이 돋아요. 새싹은 풀싹이면서 나물입니다. 새싹은 푸르게 돋으면서 싱그러운 풀내음을 퍼뜨립니다. 새싹이면서 풀싹이요 나물을 톡톡 손가락으로 끊습니다. 곧바로 입에 넣기도 하고, 물로 헹구어 하얀 접시에 올려 밥상에 놓기도 합니다. 나물이자 풀싹이요 새싹을 입에 한 줌 넣어 야금야금 씹으면 온몸으로 봄내음이 확 퍼집니다.


.. 씨앗들아, 반가워 ..  (4쪽)


  가을에 떨어진 씨앗이 봄에 돋습니다. 겨울을 견딘 씨앗이 봄부터 하나둘 깨어납니다. 모두들 겨우내 찬바람과 흰눈을 먹고 마시면서 흙 품에서 봄을 기다렸습니다. 저마다 겨울 동안 흙 품에서 시든 풀잎 이불을 덮고는 포근하게 쉬면서 봄을 바랐어요.


  사람들은 봄을 맞이해 씨앗을 심기도 합니다. 손수 길러서 먹고 싶은 푸성귀 씨앗을 심습니다. 사람들이 따로 심는 씨앗은 알뜰살뜰 보살피는 손길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심은 씨앗에서 돋는 싹이나 잎이나 줄기가 아니라면 석석 베어서 없애곤 합니다. 때로는 약을 뿌려 태워 죽이기도 합니다. 농약을 맞는 풀은 그냥 죽지 않습니다. 잎사귀와 뿌리가 농약 기운에 타서 지글지글 까맣게 죽습니다.


  논일과 밭일을 하며 김매기로 고단하다고도 하는데, 김매기를 하면서 뽑는 풀이란 모조리 나물입니다. 여느 때에는 나물이지만, 밭이나 논을 가꿀 적에는 ‘김(잡풀)’이 됩니다.


  언제부터 풀은 풀이 아닌 김이 되어야 했을까요. 여느 때에는 온갖 나물을 훑어서 먹는데, 왜 밭을 가꿀 적에는 농약을 뿌리거나 김매기를 해야 할까요. 식구가 많고 아이들이 여럿이라면 나물뜯기나 나물캐기를 할 텐데,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면서 일손 또한 사라져, 풀을 싫어하는 삶으로 바뀌지 않나 싶습니다. 시골에서도 푸성귀를 내다 팔아야 하기에, 여느 나물을 뜯어서 먹는 흐름이 사라지지 싶어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북적거리고, 굳이 푸성귀를 내다 팔지 않으면서 조용하고 오붓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늘면, 김이나 잡풀이란 말은 사라지면서 나물살이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 쉬잇! 모두 잠들었어 ..  (19쪽)


  곤도 구미코 님이 빚은 그림책 《톡 씨앗이 터졌다》(한울림어린이,2007)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씨앗이 처음 톡 터지면서 얼마나 어떻게 퍼지는가를 아기자기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풀씨는 아주 작은 만큼, 이 그림책에는 ‘사람’은 나오지 않습니다. ‘풀벌레’가 그림책 주인공입니다. 풀벌레는 저마다 풀씨 둘레에서 즐겁게 어우러져 놉니다. 풀벌레는 봄에 깨어나 여름에 놀다가 가을에 천천히 쉬고는 겨울에 잠듭니다. 곰곰이 따진다면 씨앗도 이와 같아요. 씨앗은 봄에 깨어나 뿌리를 내리면서 싹을 틔우고, 여름에 한껏 뻗은 다음 가을에 다시금 톡톡 터뜨려 퍼집니다. 겨우내 고이 잠들었다가 새봄에 새삼스레 깨어나요.


  씨앗 한 톨이 살리는 숨결입니다. 풀벌레도 씨앗 한 톨이 살립니다. 사람도 씨앗 한 톨이 살립니다. 밭에 푸성귀 씨앗을 심든, 풀씨가 들판에 풀풀 날리든, 씨앗이 땅에 떨어져 푸르게 돋지 않으면, 풀벌레도 사람도 살아갈 수 없어요. 풀씨와 나무씨가 날려 지구별이 푸르게 물들어야 풀벌레와 사람 모두 살아갈 만합니다.


  풀바람이 불어 모든 목숨이 살아요. 풀내음이 번져 모든 목숨이 노래합니다. 풀빛이 밝으면서 모든 목숨이 까르르 웃습니다.


  풀잎을 어루만집니다. 풀줄기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풀꽃을 빙그레 웃으며 들여다봅니다. 두 손 가득 풀물이 들도록 풀을 만집니다. 풀이 자라면서 푸른 마음이 되고 푸른 사랑을 그립니다. 풀과 함께 삶이 빛납니다. 4347.3.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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