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물든 미국말
 (679) 힐링(healing)

 

평일이라 기사 포함해서 승객이 예닐곱 명 정도로 한적했어. 그때 남편에게서 문자가 온 거야. “힐링 잘하고 와.”
《하이힐과 고무장갑-행복의 민낯》(샨티,2013) 68쪽

 

 힐링 잘하고 와
→ 잘 쉬고 와
→ 잘 있다 와
→ 잘 지내다 와
→ 마음 잘 다스리고 와
 …

 


  한자말 ‘치유(治癒)’는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함”을 뜻합니다. ‘치료(治療)’라는 한자말은 “병이나 상처 따위를 잘 다스려 낫게 함”을 뜻합니다. 예전에 한동안 ‘치유’라는 한자말이 널리 쓰였는데, 어느 때부터 ‘힐링(healing)’이라는 영어가 나타나서 쓰입니다. 영어 ‘힐링’은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한자말 ‘치유·치료’를 쓰든 영어 ‘힐링’을 쓰든, 한국말로는 ‘낫게 하다’나 ‘다스리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힐링을 한다’나 ‘치유한다’는 모두 마음을 다스리는 일을 나타냅니다. ‘마음닦기’요 ‘마음씻기’이고 ‘마음 다스리기’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국말로 쉽게 이야기하려는 사람은 퍽 드뭅니다. 한자말이 사회에 떠돌 적에는 한자말을 쓰고 영어가 사회에 떠돌 때에는 영어를 써요.


  쉽고 또렷한 한국말로는 생각을 나타내거나 마음을 이야기하기 어려울까 궁금합니다. 외국사람이 한국사람을 보면서 ‘힐링’을 한국말로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고 묻는다면 무어라 대꾸할 만할까 궁금합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이런 한자말이나 저런 영어가 떠돌기 앞서, 누구나 “바다에 가서 좀 쉬려고 해.”라든지 “산을 오르면서 마음을 쉰다.”고 흔히 말했습니다. 눈을 쉬고 몸을 쉬며 마음을 쉬면서 살던 우리 겨레입니다. 느긋하게 쉬면서 기운을 차립니다. 조용히 쉬면서 힘을 되찾습니다. 마음을 달래고 다독이며 다스립니다. 4347.2.27.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여느 날이라 기사까지 해서 손님이 예닐곱 사람쯤으로 조용했어. 그때 남편한테서 쪽글이 왔어. “잘 쉬고 와.” 

 

‘평일(平日)’은 ‘여느 날’을 한자말로 옮긴 낱말입니다. “기사 포함(包含)해서”는 “기사까지 해서”로 손보고, ‘승객(乘客)’은 ‘손님’으로 손봅니다. “예닐곱 명(名) 정도(程度)로 한적(閑寂)했어”는 “예닐곱 사람쯤 한갓졌어”나 “예닐곱 사람밖에 안 될 만큼 조용했어”로 손질합니다. ‘문자(文字)’는 그대로 써도 될 테지만 ‘쪽글’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온 거야”는 “왔어”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