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는 졸졸졸
서울마실을 하던 이른아침에 떠돌이 개가 졸졸졸 따라온다. 우리 집에 눌러앉아 한솥밥을 먹는 떠돌이 개가 내 뒤를 졸졸졸 따라온다.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려고 우리 마을 어귀를 벗어나 이웃 봉서마을까지 걸어가는데 쉬잖고 따라온다. 얘, 나는 군내버스 타고 읍내로 가서 서울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구, 네가 따라올 수는 없어. 돌아가라고 말하지만 듣지 않는다. 뭐, 버스 타는 데까지 따라오려는 마음은 떠돌이 개 마음이지. 우리 동백마을부터 이웃 봉서마을까지는 지나다니는 차가 없다. 봉서마을에 이르니 큰길에서 지나가는 차가 있다. 큰길을 건너니 떠돌이 개는 더 따라오지 않는다. 멀거니 나를 바라본다. 그래, 너는 이곳에서 조용히 거닐면서 놀아라. 이곳이 가장 좋은 데야. 4347.2.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