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빼는 책

 


  고흥읍 버스역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면서 《산골 마을 아이들》을 읽는다. 멧골자락에 깃든 조그마한 학교에서 조그마한 아이들과 지내면서 겪고 듣고 보고 마주한 이야기를 조촐하게 담은 동화책이다. 열서너 해만에 다시 읽는다. 마실길에 문득 생각나서 새삼스레 챙겼다. 겨울해가 아직 따사롭게 드리우지 않는 이른아침에 손을 녹이고 발을 구르면서 읽는다. 시외버스가 언제 들어오나 기다리며 한 장 두 장 넘기다가 코끝이 찡하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열서너 해 앞서도 읽었고 오늘도 읽으니, 앞으로 또 언제쯤 다시 읽으려나 헤아려 본다. 우리 집 큰아이가 혼자서 동화책을 읽을 나이가 되면 넌지시 건넬 만하겠지. 그때에 큰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또 눈물을 지으려나. 스물 끝자락에 눈물을 빼며 읽던 책을 마흔 고개에서 눈물을 다시 빼며 읽는다. 앞으로 쉰 고개에도, 또 예순 고개와 일흔 고개에도 동화책 하나에 서린 삶과 사랑과 꿈이 눈물을 쏙 빼리라 느낀다. 연속극 소리로 귀가 따가운 시외버스에서 하염없이 동화책에 사로잡히면서 조용히 눈을 감고 먼 멧골마을 아이들 모습을 그린다. 4347.2.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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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19 08:18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어머니께서 딸(제 동생)네 가시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용산에서 순천까지 KTX로, 그리고 그 이후에는 버스로.. 연락도 하지 않으시는 불시 방문을 하시려 하는 듯 합니다. 고흥. 저는 일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요. 정겨운 고흥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숲노래 2014-02-19 08:44   좋아요 0 | URL
헛. 불시방문!

저희 집에는 불시방문을 하지 말아 주셔요 ^^;;;;
아이들이 어지르고 제가 어지른 모습을...
좀 치울 수 있도록,
불시방문 말고
예고방문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