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좋은 책읽기

 


  한국에서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얼음을 지치다가, 러시아에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날아가서 얼음을 지치는 사람이 2014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 이녁이 왜 빅토르 안이 되었는가를 이번에 듣는다. 러시아 아닌 소련에 ‘빅토르 최’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분을 기리려고 ‘빅토르’라는 이름을 썼다고 한다.


  아무튼, 빅토르 최 이름을 물려받은 빅토르 안이 금메달을 따고 난 뒤, 그동안 파묻히거나 숨겨지거나 가려진 온갖 이야기가 터져나온다. 여느 누리꾼 댓글로뿐 아니라, 중앙매체 기사로 낱낱이 드러난다. 어린 선수를 두들겨패고 자리에서 물려났으나 머지않아 다시 코치가 되고 방송국 해설위원이 되는 사람들 이야기, 저보다 어린 동생을 두들겨패면서 1위 자리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가 대표에서 쫓겨났는데, 아버지가 건넨 돈으로 다시 대표가 된 뒤, 제가 두들겨팬 어린 동생 힘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는 군면제와 연금을 받는 사람 이야기, 연맹과 협회뿐 아니라 이 나라 정부한테서 따돌림을 받은 뭇사람 이야기, …… 참 골고루 터져나온다.


  그런데, 따돌림받고 짓밟힌 사람이 어디 운동선수뿐인가.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일구며 살아가려던 사람들이 군부대에, 미군기지에, 송전탑에, 고속도로와 골프장에, 발전소에, 4대강사업에, 경제개발에, 갯벌 매립에, 새마을운동에, 끝도 없는 군화발에 짓눌리면서 앓았다. 국가보안법에, 입시지옥에, 영어 미친바람에, 지역차별과 신분차별과 재산차별과 외모차별과 성차별과 장애차별과 인종차별과 학력차별에, 참말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따돌림과 괴롭힘은 어디까지 이어지려나.


  금메달이 좋기는 좋구나. 금메달 하나를 발판으로 운동선수 사이에서 일어났던 갖가지 볼썽사납던 바보짓이 훤하게 드러나니. 그러면, 우리는 저마다 노벨상이나 무슨무슨 문학상이나 무슨무슨 1위 자리를 거머쥐어야 하나? 이렇게 되면, 그동안 꽁꽁 짓눌리거나 감춰진 모습이 남김없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주먹다짐과 돈힘으로 으르렁거리던 이들을 꾸짖을 수 있는가? 4347.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