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다리 개 책읽기
우리 집에 눌러앉으려고 하는 떠돌이 개는 ‘늙다리’ 개이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만지고 살펴보니, 늙은 개라고 한다. 그래, ‘늙다리’라고 해서 이 개를 누군가 이 시골까지 몰래 데리고 와서 냅다 버린 다음 내뺐구나 싶다. 가만히 보면, 시골 깊은 곳으로 와서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도시사람이 꽤 많다. 시골사람도 다른 시골이나 숲이나 골짜기로 가서 텔레비전과 냉장고까지 버리곤 한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는 마을 어귀에 놓으면 군청에서 거두어 가는데, 굳이 이런 낡은 전자제품까지 짐차에 싣고 몰래 다른 시골 외진 자리로 가서 버린다. 골짜기나 멧기슭이나 이웃 시골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면 어떻게 될까. 서로서로 똑같은 짓을 하면, 또 도시사람이 시골에 쓰레기를 버리면, 이 쓰레기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한테 고스란히 돌아간다. 쓰레기로 더러워진 흙에서 자란 곡식과 열매를 바로 그 도시사람이 사다 먹을 테니까.
늙다리 개는 떠돌이가 되어 우리 집 언저리를 돌면서 하루를 보낸다. 우리 집에서 챙겨 주는 두 끼니를 먹고 해바라기를 하다가 우리 집 아이들하고 놀다가 마을을 두루 돌고는 다시 우리 집 섬돌에 와서 앉는다. 이 늙다리 개는 그동안 저를 아끼거나 돌보다가 내버린 사람을 떠올릴까? 그릴까? 보고 싶을까? 어떤 마음일까? 부디 새근새근 잘 자고 잘 쉬면서 마지막 삶을 조용한 시골에서 잘 누리기를 빈다.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