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다리 개 책읽기

 


  우리 집에 눌러앉으려고 하는 떠돌이 개는 ‘늙다리’ 개이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만지고 살펴보니, 늙은 개라고 한다. 그래, ‘늙다리’라고 해서 이 개를 누군가 이 시골까지 몰래 데리고 와서 냅다 버린 다음 내뺐구나 싶다. 가만히 보면, 시골 깊은 곳으로 와서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도시사람이 꽤 많다. 시골사람도 다른 시골이나 숲이나 골짜기로 가서 텔레비전과 냉장고까지 버리곤 한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는 마을 어귀에 놓으면 군청에서 거두어 가는데, 굳이 이런 낡은 전자제품까지 짐차에 싣고 몰래 다른 시골 외진 자리로 가서 버린다. 골짜기나 멧기슭이나 이웃 시골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면 어떻게 될까. 서로서로 똑같은 짓을 하면, 또 도시사람이 시골에 쓰레기를 버리면, 이 쓰레기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한테 고스란히 돌아간다. 쓰레기로 더러워진 흙에서 자란 곡식과 열매를 바로 그 도시사람이 사다 먹을 테니까.


  늙다리 개는 떠돌이가 되어 우리 집 언저리를 돌면서 하루를 보낸다. 우리 집에서 챙겨 주는 두 끼니를 먹고 해바라기를 하다가 우리 집 아이들하고 놀다가 마을을 두루 돌고는 다시 우리 집 섬돌에 와서 앉는다. 이 늙다리 개는 그동안 저를 아끼거나 돌보다가 내버린 사람을 떠올릴까? 그릴까? 보고 싶을까? 어떤 마음일까? 부디 새근새근 잘 자고 잘 쉬면서 마지막 삶을 조용한 시골에서 잘 누리기를 빈다. 4347.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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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2-12 21:36   좋아요 0 | URL
참...심란하고 착찹하네요...
개는 어떤 동물보다도, 자신의 주인에 대한 애정이 깊은 동물인데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란, 그 동물이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함께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이지요..
그래도 함께살기님집에 머물러 참~ 다행입니다.

숲노래 2014-02-12 21:37   좋아요 0 | URL
오늘부터 작은아이도 드디어!
이 개를 무서워하지 않아요.

작은아이가 개를 무서워하고 말면
이 개를 어쩌는 수 없이
누군가한테 맡기거나 보건소라든지 어디로 보내야 했을 텐데,
작은아이가 개 옆에 앉으면서도
울지 않으니,
이제 이 개는 어느새 우리 집에서 한식구처럼 지내겠구나 싶습니다.

그저 '하늘이 보낸 사랑스러운 빛'으로 여기려고요.

appletreeje 2014-02-12 21:44   좋아요 0 | URL
참 이 녀석도 비록, 한번 버림은 받았지만
이렇듯 예쁜 어른, 예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참으로 이제부터는 행복할 듯 싶어요..^^

'하늘이 보낸 사랑스러운 빛'으로 여기시려 한다는
함께살기님의 말씀에 뭉클,하고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4-02-12 22:36   좋아요 0 | URL
생각해 보면,
알라딘서재에서 만나는
모든 이웃님들도
하늘에서 찾아온 고운 사랑이리라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