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 - 최민식의 16가지 생각
최민식 글.사진 / 하다(HadA)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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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76

 


눈빛 밝혀 사진을 찍는다
―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
 최민식 글·사진
 하다 펴냄, 2010.7.16.

 


  눈빛을 밝히며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때이든, 전남 고흥에서 군수와 개발업자가 한목소리 되어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시골마을 바닷가 국립공원 한쪽에 지으려고 하는 일을 반대하는 집회에 찾아가서 사진을 찍을 때이든, 늘 눈빛을 밝히며 사진을 찍습니다.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모델을 세워서 패션사진을 찍는 사람이든, 가난하고 아픈 이웃을 찾아다니면서 눈물을 삼키고 다큐사진을 찍는 사람이든, 저마다 눈빛을 밝히며 사진을 찍습니다.


.. 그 시대에 촬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성과 사진가의 사물에 대한 사상이 분명히 표현되어야 한다. 내용이 희박하여 감동이나 느낌을 줄 수 없다면 가치 있는 사진이라고 말할 수 없다 … 내 사진의 중심을 이루는 테마는 언제나 인간애였다 ..  (9, 23쪽)


  눈이 반짝 빛날 때에 사진을 찰칵 찍습니다. 눈이 번쩍 뜨일 적에 사진기를 덥석 쥡니다. 눈빛이 밝지 않다면 사진을 못 찍습니다. 눈빛이 곱지 않다면 사진기를 못 쥡니다.


  사진은 눈빛으로 찍습니다. 눈빛 가운데 밝은 눈빛으로 찍습니다. 사진은 눈길로 찍습니다. 눈길 가운데 맑은 눈길로 찍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눈빛을 밝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눈빛을 밝게 다스리자면, 먼저 삶을 밝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이 밝게 빛난다면, 곧 삶빛이 환하다면, 마음에 따사로운 빛이 흐르면서 마음빛이 눈부십니다. 삶빛과 마음빛이 눈부실 적에 비로소 눈빛이 고이 퍼지면서 사진 한 장 아름답게 일굽니다.


  눈빛이란 삶빛입니다. 삶빛이란 마음빛입니다. 마음빛이란 무엇일까요. 마음에 서리는 빛은 어떻게 태어날까요. 바로 사랑이에요. 마음빛이란 사랑빛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때에 사랑빛이요, 이 사랑빛을 바탕으로 마음빛을 가꿉니다. 사랑을 담아 가꾸는 마음빛으로 살아가기에 삶빛이 새롭게 태어납니다. 삶빛이 새롭게 태어나니, 즐겁고 씩씩하게 사진기를 손에 쥐어 눈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 오늘날 우리 주위에 있는 사진들은 본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들뿐이다. 표현기교로만 이루어진 사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런 조잡한 사진에서는 사진가의 의식과 사상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은 평등하다 … 나의 사진은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의 가난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졌다 ..  (33, 45쪽)


  온마음 가득 사랑을 끌어올려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온마음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온마음으로 눈빛을 밝혀 찍는 사진입니다. 온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삶에서 샘솟는 따사로운 눈빛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멋지게 찍어서 사진이 아니라, 마음으로 찍어서 사진입니다. 대단하게 찍어서 사진이 아니라, 사랑으로 찍어서 사진입니다. 놀랍거나 빼어나게 찍어서 사진이 아니라, 아름다운 꿈과 빛을 따사로운 손길로 어루만지면서 담기에 사진입니다.


  최민식 님이 쓴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하다,2010)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젊은 사진가한테 띄우는 짤막한 편지인 《다큐멘터리 사진을 말하다》입니다. 젊은 사진가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열여섯 가지로 간추려서 띄우는 책입니다.


  이 작은 책 하나를 읽으면 ‘좋은 사진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작은 책을 첫걸음으로 삼으라는 뜻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사진책을 만나고 사진을 만나며 책을 만날 뿐 아니라, 사람들과 이웃과 풀벌레와 숲과 하늘과 흙 모두 골고루 만나기를 바라는 길잡이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나는 이 세상이 좀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다. 사진이 내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듯이, 독자들도 나의 사진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고 길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 이웃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오늘도 나를 이 땅에서 사진가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  (57, 82쪽)


  사진을 왜 찍을까요? 즐겁기에 찍겠지요. 무엇이 즐거울까요? 삶이 즐겁지요. 삶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으로 이루어진 빛이지요.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나와 네가 한몸 한마음인 줄 깨달으면서 어깨동무하는 눈빛이지요.


  그러니, 사진은 눈빛으로 찍는데, 그냥 눈빛이 아닌 ‘사랑하는 눈빛’입니다. 사랑하는 눈빛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또한, 그냥 사랑하는 눈빛이 아니라, ‘즐겁게 노래하고 웃고 춤추면서 지구별에 아름다운 꿈 드리우기를 바라는 눈빛’입니다. 평화롭게 노래하기를 바라는 눈빛입니다. 따사롭게 춤추기를 바라는 눈빛입니다. 즐겁게 어깨동무하면서 활짝 웃기를 바라는 눈빛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눈빛을 밝힙니다. 눈빛을 밝히는 사람은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노래를 부릅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었을 적에 노래가 흘러나오는지 돌아봐요. 사진 한 장 찍으면서 빙그레 웃는지 헤아려요. 사진 한 장 종이에 앉혀 이웃한테 선물하면서 까르르 웃음꽃과 노래잔치 이루어지는지 살펴요.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무슨 사진을 찍든, 사진은 맑은 눈빛을 가다듬고 밝은 눈빛을 곱게 나누면서 찰칵 한 장 찍습니다. 4347.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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