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6) 살려내다
‘찾다’와 ‘찾아내다’는 뜻이 얼추 비슷하지만, 쓰는 자리가 다르며 느낌이 다릅니다. ‘쓰다’와 ‘써내다’는 글을 적는 모습에서는 비슷하지만, 뜻과 느낌과 쓰임새는 다릅니다. ‘내다’라는 낱말을 움직씨 뒤에 받칠 적에 모두 붙여서 한 낱말로 삼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주 쓰고 익히 쓰면서 저절로 한 낱말이 되곤 합니다. ‘찾아내다’와 ‘써내다’가 처음부터 한 낱말이었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사람들이 쓰고 또 쓰면서 어느새 한 낱말이 됩니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 말
마을에서 살려낸 숲
바다를 살려낸 아이들
나는 ‘내다’를 붙여 ‘살려내다’ 같은 낱말을 곧잘 씁니다. 목숨을 살려낸다든지, 우리 말글을 살려낸다든지, 푸른 숨결을 살려낸다든지, 숲과 들을 살려낸다든지, 냇물과 바닷물을 깨끗하게 살려낸다든지, 이런 자리에 씁니다. 띄어서 쓰기에는 알맞지 않고, 한 낱말로 삼아 새롭게 쓸 만하다고 느낍니다.
지난날에는 책이나 글이 얼마 없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시골에서 흙을 만지고 살 적에는 그야말로 책이나 글은 아주 드물었어요. 지난날에는 ‘읽다’ 한 가지만 있어도 넉넉했을 텐데, 오늘날에는 누구나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아름다운 그림책을 두루 만나며, 도서관이 무척 많이 늘었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읽다’뿐 아니라 ‘읽어내다’ 같은 낱말을 함께 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읽다’ 같은 낱말이라면, ‘돌려읽다’라든지 ‘즐겨읽다’라든지 ‘살펴읽다’라든지 ‘함께읽다’처럼 더 가지를 쳐서 새로운 낱말을 빚어도 좋으리라 생각해요.
저마다 기쁘게 우리 말글을 살려내면 아름답습니다. 서로서로 즐겁게 우리 말글을 살려내어 어깨동무하면 어여쁩니다. 한국말사전에 실은 대로만 쓸 말이 아닌, 삶을 가꾸고 넋을 보듬으면서 차근차근 살려내어 쓸 때에 환하게 빛나는 문화와 사회가 되리라 봅니다. 민주도 살려내고 평화도 살려내면서, 꿈과 사랑을 함께 살려내면 더없이 훌륭하겠지요. 4347.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