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딸기 흰딸기
유니타 유미 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233

 


서로를 왜 좋아하나요
― 붉은딸기 흰딸기
 우니타 유미 글·그림
 최미애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9.11.25

 


  풀잎을 따서 먹습니다. 풀잎에서는 풀내음이 나서 싱그럽습니다. 때때로 꽃잎을 따서 먹습니다. 꽃잎에서는 꽃내음이 나서 즐겁습니다. 두릅은 싹을 칼로 베어서 먹습니다. 찔레는 싹을 두 손으로 똑 꺾어서 먹습니다.


  풀을 먹는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물을 먹는다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물’이란 ‘풀’인 줄 모르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무엇보다, 무치거나 볶거나 삶거나 데치거나 해야 나물인 줄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이리저리 손질해서 먹기도 하는 풀이지만, 생긴 모습 그대로 흙이 묻었어도 흙까지 함께 먹는 풀입니다.


  왜냐하면, 풀포기는 흙에 뿌리를 내려서 흙내음으로 자라나거든요. 풀을 먹든 흙을 함께 먹든 언제나 풀을 먹는 셈이기도 합니다.


- ‘서로 이름은 반대인 쪽이 어울릴 것 같지만, 아기 때는 완전 둘이 똑같았다. 훗날 이렇게 될 줄은 엄마도 몰랐을 것이다.’ (9쪽)
- “그러는 란도 말이지, 내가 좋다는 남자는 꼭 느끼하다고 그러잖아. 그건 너도 얼굴을 본다는 얘기 아니겠어?” “궤변론자!” “그럼 란은 어떤 사람이 좋은데?” “얘는 그런 얘기 잘 안 하더라구.” “그, 그냥 뭐. 생고기를 먹을 것 같은 느낌의.” “동물원 가라. 동물원. 어쩐지 네가 불쌍해지려고 한다.” “힘은 나보다 센 사람이 좋고.” “맹수 코너에나 가 봐!” (17쪽)

 


  따사로운 마음씨로 맑게 웃는 이웃을 좋아합니다. 얼굴이 이쁘장하기에 이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을 잘 하거나 손재주가 뛰어나서 이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돈이 많거나 자가용을 굴리니까 이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따사로운 마음씨인 터라 이웃을 좋아합니다.


  가난한 이웃이기에 안 좋아하지 않습니다. 흔한 말로 ‘못생긴’ 얼굴이거나 키가 작대서 이웃을 안 좋아하지 않습니다. 얼굴이나 몸매가 무에 대수이겠습니까. 눈을 감고 가만히 헤아려요. 눈을 감고 이웃을 목소리로만 헤아려요. 귀도 닫고 이웃을 손을 뻗어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헤아려요. 마치 내가 헬렌 켈러 같은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몸을 그리면서 이웃을 마주해요.


  이웃한테서 무엇을 바라는지 생각해요. 이웃하고 무엇을 나누고 싶은지 생각해요. 이웃하고 어떻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가를 생각해요.


- “남자답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는 건 여자다운 녀석뿐이라고.” (29쪽)
- “그 녀석은 뇌까지 근육으로 돼 있지만, 마음은 마시멜로야. 멍청아!” ‘으이구. 우리 귀염둥이한테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애송이가.’ (32∼33쪽)

 


  우니타 유미 님 만화책 《붉은딸기 흰딸기》(학산문화사,2009)를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짝꿍은 어떤 사람일까요. 사랑하는 짝꿍과 어떤 살림을 꾸릴 적에 즐겁게 웃을 만한가요.


- ‘이유는 사소한 것이지만, 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게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51쪽)
- ‘이건 입맛이 어떻고 저떻고의 차원이 아니야. 어떻게 된 거야? 녀석의 혀는. 하지만 내가 만드는 것보다 영양이라든가 그런 걸 제대로 생각해서 만드는 데다가, 무엇보다 기쁘니까 전부 먹는다.’ (89∼90쪽)


  밥은 영양성분으로 따져서 먹지 않습니다. 풀을 뜯어서 먹을 적에 풀잎 영양성분을 살피지 않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웃으면서 먹습니다. 밥 한 그릇을 비우면서 즐겁고, 밥 한 그릇을 차리면서 기쁩니다. 아이들이 밥그릇 삭삭 비비면서 “잘 먹었습니다!” 하고 외칠 적에 몹시 고맙습니다. 잘 먹고 잘 노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랑은 영양성분이나 화학성분으로 따지지 않아요. 사랑을 분자배열이나 숫자로 따지지 않아요. 사랑을 수학식으로 분석하는 학자가 있을까요? 있다면, 이런 학자는 얼마나 따분할까요. 맑게 웃고 환하게 노래하면 사랑인데, 뭣하러 책상맡에서 펜대를 붙잡고 지겨운 일을 할까요.


  노랗게 피어나는 유채꽃을 똑 따서 입에 넣어요. 보들보들 넓적한 유채잎을 톡 끊어서 입에 넣어요. 유채줄기는 겉껍질을 벗겨 잘근잘근 씹어요. 속줄기만 먹다가 겉껍질을 안 벗기고 그냥 먹어 보기도 해요. 예전에는 워낙 배고파서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는데, 요새는 모두들 배가 부른 탓인지 유채밭을 보고 ‘예쁘네, 사진 찍어야지.’ 하고 말하는 사람들만 있어요. 유채밭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는 이웃을 만나기 무척 어려워요.


- “카오리 씨가 아까 했던 말 잊지 마.” “네?” “시공주의 고객까지도 배려하는 마음. 사실은 당연한 거지만, 일을 계속하다 보면 잊어버릴 때가 있으니까. 늘 기억하면 좋을 거야.” “네.” (98∼99쪽)
- ‘나도 불경기를 숱하게 겪어 봤다구! 꽤 멧집이 좋거든? 우습게 보지 말라구, 이 회사!’ (106쪽)


  만화책 《붉은딸기 흰딸기》는 서로를 왜 좋아하는가 하는 실타래를 살며시 풀어서 보여줍니다. ‘딸기가 희다고?’ 하면서 ‘거짓말 하지 마!’ 하고 따질 분이 있을는지 모르겠는데, 딸기꽃은 하얗습니다. 딸기알은 붉습니다. 그러니까, 붉은딸기는 ‘열매’입니다. 흰딸기는 ‘꽃’입니다.


  푸른딸기도 있겠지요? 푸른딸기라면 ‘잎사귀’입니다. 붉은 마음과 하얀 마음과 푸른 마음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우리들 살아가는 이 지구별에서 사랑은 어떤 빛깔일까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빛깔로 사랑을 속삭이는가요? 4347.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