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동백꽃 눈송이는 없지만
지난겨울과 올겨울에는 ‘눈 맞은 붉은 동백꽃’을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서운한가? 서운하지 않다. 고흥에 눈 내릴 일이 거의 없으니 동백꽃이 붉을 적에 눈 덮인 모습을 보기란 어렵지만, 우리 집 동백나무는 지난겨울에 봉오리를 터뜨리지 않았다. 모두들 새봄에 봉오리를 터뜨리려고 한다.
아무래도 한겨울에 봉오리를 터뜨리면 꽃송이도 춥겠지? 올겨울도 지난겨울 못지않게 포근했는데, 지난겨울도 올겨울도 포근한 날씨에도 동백꽃송이가 하나도 안 터졌다. 가만히 보면, 이웃마을 동백나무도 올겨울만큼은 거의 꽃송이를 안 터뜨렸다. 군데군데 조금 꽃송이를 비추었을 뿐이다.
봄이 되어 한꺼번에 터지는 꽃송이도 곱지만, 겨우내 한두 송이, 때로는 서너 송이, 어느 때에는 예닐곱 송이쯤 미리 벌어져도 곱다. 꽃송이가 터지려면 아직 멀었으나, 아주 단단히 여물어 곧 터지려고 하는 봉오리에 내려앉은 겨울눈을 바라본다. 동백나무와 함께 마당에서 눈을 맞았다. 4347.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