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32. 어떤 사진을 빚는가

 


  아이들과 조그마한 집에서 지내니, 아이들은 늘 어머니 아버지와 같은 방에서 먹고 자고 놀고 뛰고 구르고 합니다. 커다란 집에서 지낸다면, 아이들은 따로 방을 하나씩 얻겠지요. 앞으로 아이들이 무럭무럭 커서 저희 방을 바라면 집을 조그맣게나마 새로 짓거나 아이들이 지낼 방을 따로 마련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버이와 아이가 방을 따로 쓴다면,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홀가분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홀가분할 수 있겠지요. 어버이와 아이가 방을 같이 쓴다면, 어버이는 자다가도 틈틈이 아이들 이불을 여밀 수 있으며, 아이들이 밤에 쉬가 마려워 부르면 곧바로 함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여기지 않아요. 퍽 이른 나이부터 혼자 씩씩하게 잠들도록 해도 되고, 나이를 꽤 먹은 뒤에까지 온 식구가 한 이불 덮는 살가움을 누리도록 해도 됩니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걸레질을 하며, 함께 씻습니다. 함께 방을 치우고, 함께 책을 읽으며, 함께 나들이를 갑니다.


  커다란 집이기에 더 좋거나 다 좋지 않습니다. 조그마한 집이기에 덜 좋거나 다 나쁘지 않습니다. 어떠한 집에서 살든, 스스로 좋은 삶을 볼 수 있으면 좋은 사랑을 누립니다. 어떠한 집에서 지내든, 스스로 좋은 삶을 못 보고 나쁜 구석만 자꾸 바라보면, 마음속에는 자꾸 나쁜 빛이 깃듭니다.


  아주 좋은 어딘가를 찾아가야 좋은 사진을 찍는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아주 멋진 누군가를 찾아내야 멋진 사진을 찍는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영화배우를 찍어야 훌륭한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시골 흙일꾼이나 바닷가 고기잡이를 찍으면 시골스럽거나 안 멋있는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 누군가를 사진으로 찍든, 사진기를 쥐고 이녁을 마주하는 우리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될 때에 ‘좋은 빛’을 깨달아 ‘좋은 이야기’ 담는 ‘좋은 사진’을 찍는다고 느껴요.


  어떤 사진을 빚느냐는 어떤 눈길로 어떤 삶을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만합니다. 어떤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느냐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랑을 꽃피우려 하느냐에 따라 바뀐다고 할 만합니다.


  좋은 것이 있으니 좋은 것을 볼 수 있어요. 나쁜 것이 있으니 나쁜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러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쁠까요. 우리는 왜 좋거나 나쁜 것을 가를까요. 좋거나 나쁜 것을 가르는 마음결은 누구한테서 배웠을까요.


  좋거나 나쁘거나 굳이 가르지 않는 마음이라면, 언제나 스스럼없는 모습을 느끼고 꾸밈없는 모습을 만나리라 봅니다. 사진이란 바로 이 대목을 밝히는 즐거움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겠다느니, 안 좋은 사진을 찍겠다느니, 하고 가르지 않습니다. 이래야 좋거나 저래야 안 좋다 하고 말할 수 없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대로 사진을 빚습니다. 스스로 꿈꾸는 대로 사진을 나눕니다.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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