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31. 그예 사랑하면 넉넉하다

 


  전문가 되는 일이 그다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문가 되면 무엇이 좋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밥을 잘 차리는 전문가 되어야 할는지, 빨래를 잘 비비고 짜는 전문가 되어야 할는지 잘 모르겠어요. 자전거를 잘 타는 전문가 된다든지, 노래를 잘 부르는 전문가 되어야 할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책을 잘 읽거나 글을 잘 쓰는 전문가는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말을 솜씨 있게 잘 하는 전문가는 얼마나 즐거운 삶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 전문가 되면 사랑스럽게 삶을 누릴까요. 사진을 잘 읽거나 잘 말하는(비평하는) 전문가 되면 멋있게 삶을 누릴까요.


  전문가 되는 일이 그리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 될 때에 그예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삶을 즐겁게 누릴 적에 노상 즐거운 하루가 되리라 느낍니다. 삶을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면 언제나 사랑을 꽃피우리라 느낍니다.


  사진을 잘 찍는 일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사진을 잘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을 아름답게 마주하고 즐겁게 누리면서 사랑스레 가꿀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삶을 아름답게 마주하고 즐겁게 누리며서 사랑스레 가꿀 수 있어야 하고, 살림살이도, 보금자리도, 이웃과 동무도, 하고 싶은 일과 놀이도, 책과 노래도, 춤과 웃음도, 한결같이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운 빛이 드러나도록 마음을 기울여야지 싶어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그럴듯하게 찍은 사진이 아름다울까요. 즐거움이란 무엇인가요. 겉치레를 할 때에 즐거운가요. 사랑스러움이란 무엇인지요. 전문 솜씨나 큰 권력이나 많은 돈으로 사랑이 되나요.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솜씨를 키우는 길보다, 스스로 삶을 가꾸는 마음씨를 보듬을 때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남들이 우러러볼 만한 재주를 뽐내는 길보다, 스스로 삶을 일구는 마음결을 보살필 때에 즐겁다고 느낍니다. 남들보다 앞서거나 높이 오르는 자리를 차지하는 길보다, 스스로 삶을 알뜰살뜰 어루만지면서 이웃과 오순도순 속삭이는 마음빛이 될 때에 사랑스럽다고 느낍니다.


  아름다우면 됩니다. 즐거우면 웃습니다. 사랑할 때에 넉넉합니다. 사진 한 장에, 글 한 줄에, 그림 한 자락에 아름다움과 즐거움과 사랑스러움을 따사롭게 담는 이웃이 되어 함께 삶을 빛내요. 4347.1.2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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