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물든 미국말
(680) 퍼실리데이터(facilitator)
서울시 공문서에 나온 한자말과 영어를 손질해 주는 일을 맡아서 하다가, “분임토의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 과정을 관리하는 퍼실리데이터 역할은 정책협의회 위원으로 함”과 같은 글월을 보았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스스로 쉽고 바르며 곱게 글을 쓰면 좋으련만, 이와 같은 글을 쓰고 나서 한자말과 영어를 다듬어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글월을 손질해 주다가 ‘퍼실리데이터’라는 낱말을 보면서 고개를 한참 갸우뚱합니다. 이런 낱말을 누가 언제 쓸까요.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적에 이런 낱말은 얼마나 자주 나타날까요.
영어사전을 뒤적이니 ‘facilitator’는 “(1) (지시하는 사람이 아닌) 조력자 (2) 일을 용이하게 하는 것, 촉진제”라고 나옵니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다시 서울시 공문서를 헤아립니다. 공문서에서 이런 낱말을 쓰면, 공무원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알아들을 만할까요. 이 나라 여느 사람들더러 영어를 배우라는 뜻으로 공문서에 이런 낱말을 집어넣어서 영어 교육을 시키려는 뜻일까요.
영어사전에 나오는 대로 ‘조력자’로 손질해 줄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런 낱말도 쉽지는 않습니다. 아이들한테 이런 말을 쓰기 어려워요. 청소년한테도 그리 쉽지 않으며, 여느 어른한테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도움이’라는 낱말로 고쳐 줍니다. 4347.1.28.불.ㅎㄲㅅㄱ
* 새로 쓰기
- 분임토의를 잘 운영하고 문제를 풀며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을 다루는 도움이 노릇은 정책협의회 위원으로 함
- 분임토의를 매끄럽게 이끌고 문제를 풀며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을 맡는 도움이는 정책협의회 위원으로 함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