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30. 바라보는 마음

 


  따순 눈길로 바라보면, 꽃도 풀도 나무도 한결 맑고 튼튼하게 자랍니다. 고운 눈길로 바라보면, 꽃도 풀도 나무도 더욱 곱고 싱그럽게 자랍니다. 사람도 그렇지요. 갓 태어난 아기를 따순 눈길로 바라보면, 아기는 따스한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자라요. 고운 눈길로 아기를 바라보면, 아기는 늘 고운 꿈을 받아먹으면서 자랍니다.


  아기뿐 아니라 푸름이와 젊은이도 따순 눈길과 고운 눈길이 반갑습니다. 어른도 따순 눈길과 고운 눈길이 즐겁습니다. 차가운 눈길이나 매몰찬 손길을 반길 사람은 없습니다. 차디찬 눈길이나 매서운 손길을 좋아할 풀이나 나무나 꽃은 없습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즐거운 삶은 따사로운 눈망울과 마음밭에서 샘솟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으려 하느냐는 어떻게 살아가려 하느냐 하고 곧바로 이어집니다. 어떤 사진기를 쓰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어떤 이론을 배우느냐에 따라 사진이 바뀌지 않습니다. 어떤 스승한테서 배우느냐에 따라 사진이 거듭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어떤 모습과 마음과 매무새로 살아가려 하느냐에 따라 천천히 꼴을 갖추는 사진입니다. 내 사진을 스스로 잘 알고 싶다면, 무엇보다 내 삶을 스스로 잘 알아야 합니다. 내 사진을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면, 언제나 내 삶을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어야 합니다. 내 사진을 스스로 훌륭하게 빛내고 싶다면, 늘 내 삶을 스스로 훌륭히 빛내야 합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마음이란, 언제나 내 삶을 바라보는 마음과 같습니다. 무엇을 바라보는 눈길이란, 늘 내 삶을 바라보는 눈길과 같아요.


  삶이 즐겁구나 하고 느낄 적에는 말과 넋이 모두 즐거운 한편, 사진기를 쥔 손가락도 즐겁습니다. 즐겁게 움직이는 손가락은 즐겁게 누릴 사진을 빚습니다. 삶이 안 즐겁구나 하고 느낄 적에는 말과 넋이 모두 안 즐거울 뿐 아니라, 사진기를 쥔 손가락조차 안 즐겁습니다. 안 즐겁게 움직이는 손가락으로는 어떤 사진기를 손에 쥐더라도 안 즐거운 사진만 쏟아냅니다.


  사진기와 여러 장비를 갖추기 앞서 몸가짐과 마음밭을 잘 다스릴 노릇입니다.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까 하고 생각하기 앞서 삶과 꿈과 사랑을 알뜰살뜰 추스를 노릇입니다.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는 사람은 언제나 빙그레 웃음짓도록 이끄는 사진을 빚습니다. 환하게 노래하며 바라보는 사람은 늘 환하게 노래하도록 북돋우는 사진을 베풉니다. 4347.1.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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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2014-01-2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봉사명령 받고 오는 애들이 있어요.
학교폭력에 휘말렸거나 흡연 같은 죄목(?)으로 오는데요.
이야기 나눠 보면 말썽장이로 보이진 않습니다.
조용하고 공손해요. 다들 착하고.
애들이 말썽을 피운다는 건 자기를 좀 봐 달라는 뜻일텐데,
그런 마음을 부모나 선생님들이 헤아리고 따뜻한 눈으로 봐준다면 좋겠다 싶습니다.
색안경 끼지 말고요.

숲노래 2014-01-24 14:54   좋아요 0 | URL
착한 아이들이
착하게 사랑받으면서
맑으면서 고운 눈빛을 환하게 밝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따순 사랑이 모든 아픔도 생채기도 씻어 주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