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엄마 얘기 들어 볼래? 리처드 스캐리 보물창고 7
리처드 스캐리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6

 


무엇을 배우며 살아야 할까
― 알콩달콩 엄마 얘기 들어 볼래?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보물창고 펴냄, 2009.7.10.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은 어디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아이들을 가르칠까요. 학교가 아이들을 가르칠까요.


  내 어릴 적을 떠올립니다. 어느새 모든 아이들은 반드시 학교(초등학교부터)에 가야 한다고 여기고, 여덟 살 나이가 되면 취학통지서를 받습니다. 내가 처음 학교에 발을 디뎠을 적에, ‘어른이라는 교사’는 우리 앞에서 ‘무슨 애들이 이렇게 버릇이 없어? 집에서 뭘 가르치나?’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이때 함부로 입밖으로 말을 꺼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무슨 선생님들이 저렇담? 집에서 가르친 게 없으면 학교에서 가르치면 되잖아?’ 하고. 그리고 ‘우리들 집이 어떤 줄 알고 저런 말을 마구 지껄여?’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 몸가짐은 집에서 가르쳐야 올바를까요. 아이들 몸가짐은 학교에서 가르쳐 줄 수 없는가요. 그러면, 학교라는 곳에서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까요. 학교는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가요.


  교과서와 시험공부만 가르치면 학교가 될까 궁금해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집에서 아이한테 사랑과 꿈과 믿음을 제대로 안 가르친 탓에 학교폭력·따돌림·괴롭힘 따위가 불거지는지 궁금해요.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인데, 모두 집에서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친 탓에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폭력을 쓸까요.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어른은 여태껏 아이들을 두들겨패면서 윽박지르는 짓을 일삼지 않았던가요.


.. 엄마돼지에게는 아들이 둘 있어요. 그 둘의 이름은 ‘좋아요’와 ‘싫어요’예요. 엄마가 둘에게 무슨 일을 부탁할 때마다, ‘좋아요’는 “좋아요.”라고 대답해요. 하지만 ‘싫어요’는 “싫어요.”라고 대답하지요 ..  (6쪽)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 ‘잘 배운다’고 여길 수 없습니다. 학교만 다니면 다 될 일이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적에 성적을 잘 받아서 대학교만 잘 들어가면 다 될 일이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대학교를 높은 성적으로 마치고 회사에 잘 들어가면 다 끝나는 일이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대학교에 보내려고 낳아서 돌보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아이가 도시에서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라고 낳아서 돌보지 않으니까요.


  교과서만 책상에 올려놓고 가르친다면, 학교는 없어도 된다고 느껴요. 교과서나 책을 쓸 때도 있지만, ‘가르치고 배우는 터’라고 한다면, 사람이 살아갈 때에 가장 크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빛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지 싶어요.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으며 어떤 집에서 사느냐 하는 대목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 학교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지난날 학교라는 데가 없던 때에는, 집이 언제나 학교였고 마을이 늘 학교였어요. 집과 마을에서 모든 삶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함께 살았어요.


  아무래도 오늘날에는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때로는 공장 노동자가 되어 돈을 벌어야 이 돈으로 밥과 옷과 집을 살 수 있으니, 학교에서는 ‘직업인’이 되는 교육만 하지 싶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직업인만 되면 아름답게 살아갈는지, 아이들은 직업인이 되기를 바라며 크면 될는지 알쏭달쏭해요. 오로지 대학입시만 바라보며 열두 해를 교과서 외우는 일만 시킬 때에, 이 아이들 마음밭이 어떻게 될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 붐비는 거리에서 뛰지 마세요. 사람들을 밀지도 말고요. 장난삼아 그래도 안 돼요. 그러다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어요 ..  (15쪽)


  리처드 스캐리 님이 빚은 예쁜 그림책인 《알콩달콩 엄마 얘기 들어 볼래?》(보물창고,2009)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은 1973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에서는 2009년에 비로소 나옵니다. 어느덧 마흔 해를 묵은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마흔 해 앞서 유럽(또는 미국) 어느 나라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이 그림책에서 흐르는 ‘엄마가 들려주는 얘기’란, 아이들이 학교에 들기 앞서 집과 마을에서 어버이와 어른한테서 듣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느낍니다. 동무끼리 서로 아끼고, 형제끼리 서로 사랑하며, 집에서 다 함께 활짝 웃고 노래하는 삶을 들려줍니다. 착하고 참다우며 아름다운 삶을 들려줍니다. 아이들이 받아먹을 마음밥을 어머니 눈높이에서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 상대방이 부탁을 들어주면 로리는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인사를 하나요? 좋아요 ..  (28쪽)


  무엇을 배우며 살아야 할까 생각합니다. 무엇을 가르치며 살아야 할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며 살 적에 즐거울까요.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치며 살 적에 즐거운가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며 자랄 적에 아름다울까요. 어른들은 무엇을 가르치며 살림을 가꿀 적에 아름다운가요.


  학교에 앞서 즐거운 삶과 사랑스러운 삶을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한다면 아름다운 삶과 착한 삶을 그려야지 싶습니다.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활짝 웃고 노래할 삶을 따사롭게 이룰 적에 비로소 ‘삶터와 배움터와 놀이터와 일터와 사랑터’가 하나로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347.1.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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