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1) -화化 181 : 체화
아시아는 다양성의 대륙이었고 사람들은 관용을 체화하며 살고 있었다
《박 로드리고 세희-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이팅하우스,2013) 127쪽
관용을 체화하며 살고 있었다
→ 관용을 몸으로 받아들여
살았다
→ 관용을 온몸으로 살아냈다
→ 관용을 온몸으로 익히며 살았다
→ 관용을 널리 나누며 살았다
→ 관용을 스스럼없이
나누며 살았다
…
‘체화(體化)’라는 한자말은 “물체로 변화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뜻 그대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싶어요. 이
한자말을 쓰는 자리를 살피면, ‘몸으로 겪’거나 ‘몸으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몸으로 삭히’거나 ‘몸으로 녹여내’거나
‘몸으로 살아내’는 모습을 나타내요.
관용을 체화한다 할 적에는 “관용이 몸으로 스며든다”는 뜻입니다. “관용을 몸으로 깊이 받아들인다”는 소리입니다. “온몸이
관용덩어리가 된다”는 이야기가 될 텐데, ‘관용’이란 ‘너그러움’이에요. “너그러움을 온몸으로 깊이 받아들인다”고 한다면, “무척 너그러운
매무새”라는 말이 되겠지요.
한자말 ‘관용’을 그대로 둔다면 “관용을 널리 나누며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만, ‘관용’이라는 한자말을 쓰니, 이런 낱말 뒤에
‘체화’가 들러붙는구나 싶어요. ‘너그럽다’ 같은 낱말을 넣을 적에도 “너그러움을 체화하며”처럼 글을 썼을까요? 이를테면, “사랑을 체화하며”나
“믿음을 체화하며”처럼 글을 쓸 사람도 있을는지 모르지만, 한자말은 자꾸 한자말을 부르고 영어는 다시 영어를 부릅니다. 알맞고 쉬우며 바르게
글을 쓰면 새롭게 알맞고 쉬우며 바른 낱말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4347.1.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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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다양함이 가득한 땅이었고, 사람들은
매우 너그럽게 살아간다
아시아는 무척 다양한 땅이었고, 사람들은 모두 너그럽게 살아간다
‘대륙(大陸)’은 지구를 여섯 땅덩이로 나누는 뜻으로 쓸 만하지만, 이 글월에서는 굳이 안 써도
됩니다. ‘땅’이라고만 해도 됩니다. ‘다양성(多樣性)’은 “여러 가지 모습”을 뜻해요. 곧, “아시아는 무지개빛 땅”이라는 소리입니다.
“아시아는 온갖 빛깔이 어우러진 땅”처럼 찬찬히 풀어서 손질할 수 있고, “아시아는 다양함이 가득한 땅”처럼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관용(寬容)’은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은 ‘너그러움’입니다. 이런 낱말을 쓰는 일은 나쁘지 않지만, 자꾸 이런 낱말을 쓰는 탓에 말뜻이
흐리멍덩해질 뿐 아니라, 쉽고 바른 한국말을 잊어버립니다. “살고 있었다”는 “살았다”나 “살아간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