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사랑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쓴다. 고운 사랑이든 미운 사랑이든 수수한 사랑이든 빛나는 사랑이든 투박한 사랑이든 아픈 사랑이든 슬픈 사랑이든 즐거운 사랑이든 멋진 사랑이든, 참말 누구나 사랑을 쓴다. 글은 모두 사랑이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글이 태어나지 않는다. 가벼운 사랑이든 무거운 사랑이든 꿍꿍이 그득한 사랑이든 웃음이 넘치는 사랑이든, 참으로 누구나 사랑을 쓰기 마련이다.

 

  사랑이 아니라면 글이 되지 않는다. 사랑이 없이 쓴다면 글이라 할 수 없다. 이를테면 공문서나 보고서나 논문은 글이라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공문서나 보고서나 논문을 쓸 적에도 사랑을 담는다면 글이 되지만, 사랑은 뺀 채, 사랑은 덜어낸 채, 사랑은 멀리한 채, 사실관계와 정보와 지식만 집어넣어서 쓰면 글하고는 동떨어진다.


  사실관계 밝히기나 정보 담기나 지식 집어넣기는 글쓰기가 아니다. 제품사용 설명서는 글이 아니다. 방송편성표는 글이 아니다. 법조문이나 판결문이나 진찰기록표는 글이 아니다. 글이 되려면 사랑을 넣어야 한다. 글일 때에는 사랑이 몽실몽실 피어나면서 서로를 따스하게 감싼다. 오늘날 수많은 한글 교본 또한 글이 아니다. 겉보기로는 글인 척하지만, 알맹이는 글이 아니다. 껍데기로는 글 흉내를 내지만 어느 하나 글이 안 된다.


  ‘출입업금’이나 ‘출입금지’ 붉은 글씨를 누가 ‘글’이라 말하는가. 정치꾼들이 입에 발리게 읊는 축사나 개회사나 선언서를 누가 ‘글’이라 말할 수 있는가. 기자회견을 한다면서 읊는 보도자료 또한 글이 아니다. 무늬는 글처럼 꾸몄지만, 아무런 사랑이 없는데다가 어떠한 꿈이 깃들지 않으니 글이 되지 못한다.


  어린이문학이든 어른문학이든 사랑을 쓸 때에 비로소 글이다. 시집을 내놓았대서 글을 썼다고 할 수 없다. 무늬는 문학이더라도, 알맹이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글이 된다. 문학상을 받는 소설일지라도 사랑이 빠진 채 쓴 작품이라면 ‘작품’일 뿐 ‘글’이 아니다. 글쓰기는 언제나 사랑쓰기이다.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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