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만츄 Amanchu! 1
코즈에 아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평점 :
만화책 즐겨읽기 305
너는 언제 즐겁니
― 아만츄 1
아마노 코즈에 글·그림
김유리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0.1.25.
아이들한테 넌지시 물어 보셔요. 너는 언제 즐겁니. 모두 잠든 조용한 잠자리에서 마음속으로 나한테 가만히 물어 보셔요. 나는 언제 즐겁니.
이 땅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즐거울 때에 아름답습니다. 이 땅에서 목숨을 얻어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즐겁게 웃고 노래할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즐겁게 밥을 차리지 않으면, 밥맛이 돌지 않습니다. 즐겁게 빨래를 하지 않으면, 옷빛이 맑지 않습니다. 즐겁게 노래하면서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고운 꿈을 꾸지 못합니다.
- “모처럼 바다를 보러 왔으니, 바다, 봐야지.” (19쪽)
- “괜찮다. 얼굴을 들어 보렴. 바로 눈앞에, 커다랗고 즐거운 세상이 끝없이 펼쳐져 있거든.” (23∼24쪽)
돈을 벌려고 일하는 분도 많습니다만, 돈을 벌더라도 즐겁게 일하면서 즐겁게 벌 때에 아름답습니다. 곧, 즐겁게 일할 자리에서 땀을 흘리면, 나도 모르게 아름다운 돈이 찾아들어요. 즐겁게 일하지 못하는 자리에서는, 나뿐 아니라 내 이웃도 즐겁지 않아요. 즐겁지 않게 일하고서 얻는 돈은 즐겁게 쓰기에도 어려워요.
즐겁게 일해서 즐겁게 벌기에, 이 돈을 즐겁게 씁니다. 즐겁게 일하면서 거둔 돈은, 이웃과 동무한테 즐겁게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즐겁게 쓴 글은 이웃과 동무한테 즐겁게 읽힐 수 있습니다. 즐겁게 쓴 책은 이웃과 동무한테 즐겁게 선물할 수 있어요. 즐겁게 일구어 거둔 곡식과 열매를 이웃과 동무한테 즐겁게 베풉니다. 즐겁게 짓는 웃음을 이웃한테 살며시 건넵니다. 즐겁게 부르는 노래로 우리 집과 마을을 따사롭게 보듬습니다.
- “귀중한 지도를 손에 넣었습니다!” “귀중?” “응! 앞으로 3년이나 다닐 미지의 세계의 지도잖아. 근사한 보물이에요!” (70쪽)
- ‘이 아이, 어쩐지 굉장히 즐거워 보여.’ (72쪽)
- “앞으로 3년 간 마음껏 먹고 마음껏 자고, 마음껏 즐기도록 하세요!” (86∼87쪽)
새들은 즐겁게 노래할까요. 풀벌레는 즐겁게 노래하나요. 개구리는 즐겁게 노래하는가요.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하고 한마음이 되지 않는다면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만, 저마다 즐겁게 노래하리라 믿어요. 즐겁지 않다면 고운 소리가 나오지 않는걸요. 즐겁지 않을 적에는 밝은 사랑이 샘솟지 않아요. 즐겁지 않은 날에는 활짝 웃지 못해요.
즐겁게 건네는 손길로 일을 하고 놀이를 합니다. 나라에서 마련하는 정책이나 제도 또한 즐겁게 갈고닦아서 베풀려고 해야 아름답습니다. 아랫사람 내려다보듯이 꾸리는 정책이나 제도란 즐겁지 않고 반갑지 않아요. 함께 즐거울 길을 찾아야 비로소 즐거워요. 서로 웃고 노래할 만한 길을 걸어야 참으로 즐겁습니다.
혼자만 잘살려 하면 혼자서도 즐겁지 못할 뿐 아니라, 둘레 사람들이 누리는 웃음까지 빼앗곤 합니다. 무엇보다, 혼자서만 잘살 수 없어요. 곁님과 이웃과 동무가 함께 잘살 때에 비로소 잘산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버이도, 우리 아이도 잘살아야 비로소 잘사는 모습입니다. 내 동무들이 잘살아야지요. 내 이웃들이 잘살아야지요. 서로서로 사랑스러운 씨앗을 심어야지요. 서로서로 보드라우면서 따사로운 눈빛과 손빛이 될 수 있어야지요.
- “바닷속에선 말이지, 처음에는 자기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지만, 그게 차츰 바다에 녹아들어. 어디까지가 물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모르게 되는 느낌. 그럴 때면 난 알 수 있어. 아아, 우리 모두가 바다에서 태어난 거구나, 하고.” (118∼119쪽)
- “그럼 테코는 지금 불안감에 빠져 있구나?” “응? 아, 응.” “오늘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녀석은, 언제 어디서든 불행해질 녀석이라고 할머니가 그랬어.” (134쪽)
아마노 코즈에 님 만화책 《아만츄》(학산문화사,2010) 첫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는 즐거움도 괴로움도 옆으로 퍼뜨립니다. 우리들 누구나 기쁨과 슬픔을 둘레에 퍼뜨립니다. 웃는 얼굴도 옆으로 스며들고, 찡그리는 낯빛도 둘레에 스며들어요. 맑은 넋일 때뿐 아니라 짓궂은 넋 또한 이웃한테 차츰차츰 파고들어요.
아이들 앞에서 하는 말마디 모두 아이한테 젖어듭니다. 어른들이 미운 말을 하면 아이들도 미운 말을 배웁니다. 어른들이 이맛살을 찡그리면 아이들도 이맛살을 찡그려요. 아이들이 웃을 적에 어른들이 웃듯이, 어른들이 웃어야 아이들이 웃어요. 아이들이 맑으면서 밝게 살아가기를 꿈꾼다면, 어른들 스스로 늘 맑으면서 밝게 살아가야 할 노릇입니다.
- “큰일났어, 테코! 테코가 두근두근하니까 나까지 가슴이 벅차!” (170쪽)
두근거리는 마음이 옆으로 옮습니다. 사랑스러운 마음이 옆으로 옮습니다. 나는 너한테 어떤 마음을 옮겨야 즐거울까 헤아려 봅니다. 너는 나한테 어떤 마음을 옮겨야 서로 기쁠까 생각해 봅니다.
나누고픈 마음을 떠올려요. 함께하고픈 빛을 가슴에 담아요.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일과 놀이란 무엇인지 언제나 되뇌면서 하루를 열어요.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