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1.11. 큰아이―책에서 옮겨적기
날마다 글을 조금씩 익히는 큰아이는 만화책을 펼치면서 이래저래 궁금한 말이 많다. 그림으로 얼핏 알기는 하겠으나 말로는 알 수 없어서 자꾸 묻는다. 묻고 물으며 다시 묻는 동안 아이는 저한테 익숙한 글을 머릿속으로 외운다. 퍽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알려주기를 하다가, 이제부터는 그만두자고 생각한다. “벼리야, 이제부터는 네가 궁금한 말은 공책에 옮겨적어. 그러고 읽어 달라 하면 그때에는 읽어 줄게.” 큰아이가 열 칸짜리 깍두기공책을 펼친다. 창호종이문으로 스며드는 빛살에 기대어 한 글자 두 글자 또박또박 옮겨적는다. 공책을 들고 온다. 한 줄씩 읽어 준다. 또 적고 또 온다. 또 읽어 준다. 벼리야, 네가 스스로 공책에 글을 적어 보고 읽어 달라 해야, 그런 뒤 너도 스스로 읽어야 비로소 글을 익힐 수 있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