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25. 사진이 없는 사진
사진을 꼭 찍어야 하지 않다. 사진이 없던 지난날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자. 사진이 없던 지난날 신문을 내거나 책을 찍는다 할 적에, 글을 어떻게 써서 신문이나 책을 엮어야 할는지 헤아려 보자. 오직 글만으로 사람들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길을 떠올려 보자.
사진을 꼭 찍어야 한다면, 반드시 사진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와 빛을 헤아리자. 사진이 없으면 안 될 이야기가 있기에 사진을 찍는다. 사진으로만 들려주거나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사진을 찍는다.
사진만 기록이 되지 않는다. 사진보다 또렷하게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이 있다면, 굳이 사진이 없어도 된다. 알뜰살뜰 알차며 또렷하게 쓴 글이 있다면, 이 글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집을 지을 수 있고 마을까지 꾸밀 수 있다. 비록 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알맞게 찍은 사진이 아니라면, 이 사진으로는 집도 못 짓고 마을도 못 꾸민다.
이야기를 알차게 담을 수 있으면 된다. 글이 길어야 하지 않아. 글이 꼭 있어야 하지 않아. 사진을 꼭 넣어야 하지 않아. 사진이 여러 장 있어야 하지 않아.
글이 깃들 자리와 그림이 머물 자리와 사진이 들어설 자리를 생각하면 된다. 글로 빚을 꿈과 그림으로 나눌 사랑과 사진으로 밝힐 빛을 헤아리면 된다. 사진보다 또렷한 이야기이면 넉넉하다. 글보다 똑부러진 이야기이면 즐겁다. 그림보다 빈틈없는 이야기이면 살갑다. 4347.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