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닷 Photo닷 2014.1 - Vol.2
포토닷(월간지) 편집부 지음 / 포토닷(월간지)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찾아 읽는 사진책 154

 


생각을 모아서 엮는 사진책
― 사진잡지 《포토닷》 2호
 포토닷 펴냄, 2014.1.1.

 


  사진가는 사진을 찍어서 사진잔치를 열기도 하고 사진책을 내기도 합니다. 사진만 찍고 사진잔치를 안 열거나 사진책을 안 엮는 사진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꼭 사진잔치를 열어야 하지 않고, 반드시 사진책을 펴내야 하지 않아요.


  사진잔치는 서울이나 부산처럼 커다란 도시에서 열어야 하지 않습니다. 전주나 순천에서 사진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고흥이나 함평처럼 작은 시골에서 사진잔치를 열 수 있습니다. 사진잔치에 백만 사람이나 십만 사람이 찾아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만한 곳에 전시관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어디에서나 전시관을 열 만하고, 언제라도 사진잔치를 꾸릴 만합니다.


  사진잔치는 언론 매체에 알려져야 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동무와 이웃을 불러 조촐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흐름을 사진으로 담아 종이에 앉힌 뒤, 돌잔치를 하거나 생일잔치를 하면서 이쁘장하게 사진잔치를 함께 마련할 수 있어요. 아이가 열 살을 맞이하는 날을 기려, 갓 태어난 날부터 열 살로 자라기까지 거친 삶을 백 장이나 천 장으로 갈무리해서 벽에 차곡차곡 붙이는 사진잔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두툼한 사진책을 꼭 한 권 만들어서 아이한테 선물로 줄 수 있어요.


  널리 알려져야 이름난 사진책이 아닙니다. 널리 이름을 날려야 멋진 사진가로 되지 않습니다. 사진잡지 《포토닷》 2호(2014.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다른 사람들도 함께 좋아해 주고 내 사진이 올라오기를 기다려 주는 사람도 있어 이제 저 혼자만의 놀이가 아닌 그들과의 약속이 되어 버렸어요(28쪽/김민수).”와 같은 말마따나, 스스로 좋아서 찍을 때에 사진이 됩니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으면 사진이 안 됩니다.


  사진을 찍어 돈을 벌 수 있고, 사진관(또는 스튜디오)에서 일할 수 있으며, 사진기자로 일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직업이 ‘사진찍기’라서 ‘사진가’이지 않아요. 직업이 기자이기에 ‘글작가’라 하지 않습니다. 공무원이 시청이나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 쓰는 보고서도 ‘글’이에요. 연필을 쓰든 셈틀을 쓰든 글을 만져요. 그렇지만, 공문서를 가리켜 ‘글’이나 ‘문학’이라 하지 않으며, 이런 글(보고서)을 쓰는 이들더러 ‘작가’라 하지 않습니다.

 


 

 

  사진가란 어떤 사람일까요?


  “모국에 돌아와 다시 보게 된 우리 땅의 풍경은 안으로 스며 있고 오래 응시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내 몸과 같은 느낌이었다. 첫 눈에 매혹하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남아 있는, 질리지 안는 풍경 속에 스며 있는 빛을 찾아가고 있고 … 전시는 책에 비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다. 책의 형식으로 이미지를 엮어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은 사진가에겐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사진을 알게 된 것도 사진책을 통해서였고, 책으로 내 작업을 정리할 때, 하나의 작업이 완성되는 느낌을 받는다(101쪽/주상연).”와 같은 이야기를 가만히 곱씹습니다. 삶을 느끼고 읽을 줄 알면서, 이러한 삶을 사진기를 빌어 찬찬히 담아내어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진가로 다시 태어난다고 봅니다. 삶을 느끼거나 읽을 줄 모른다면 사진가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삶을 느끼거나 읽더라도, 이를 사진기를 빌어 찬찬히 담아내지 못한다면, 찬찬히 담아냈어도 이웃이나 동무하고 나누지 못한다면, 무엇보다 사진을 찍는 나 스스로 즐겁게 웃거나 울지 못한다면 사진가로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고 봅니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기에 사진가입니다. 연필로 이야기하는 사람이기에 글작가입니다. 붓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기에 그림작가(또는 화가)입니다. 노래로 이야기하는 사람이기에 노래꾼(또는 가수)입니다.


  시골마을 흙지기는 흙으로 이야기를 해요. 씨앗 한 톨로 이야기를 하지요. 풀 한 포기로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흙지기(또는 농사꾼)입니다. 시골 흙지기하고 사진가는 똑같아요. 손에 호미를 쥐거나 사진기를 쥐는 모습만 다를 뿐, 삶과 눈길과 넋이 똑같아요.


  이리하여, “사진가는 이전에 어떤 그릇에 담아 어떤 세팅으로 어떤 분위기에서 먹었을 때 더 맛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요리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더 좋은 음식사진을 찍기 위해 한식은 물론 프랑스 요리까지 배웠다 … ‘오퍼레이터가 되지 말아라, 테크니션이 되지 말아라, 생각이 있는 사진가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수업시간에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기획과 사고능력이 있어야 롱런하는 사진가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122쪽/이종근).”와 같은 이야기를 즐겁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기 다루는 솜씨로는 사진가로 태어나지 못해요. 사진기를 잘 만진대서 사진가라는 이름을 얻지 못해요. 사진으로 담아서 나누려는 이야기를 깨달아야 하고, 사진으로 엮어서 밝히는 빛을 알아차려야 해요. 사진가는 사진으로 삶을 짓는 사람이거든요. 사진가는 사진에 빛을 얹어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이거든요.


  생각을 모아서 엮는 사진책입니다.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이 복닥복닥 모여 삶을 이루는 한켠에서 사진기를 손에 쥐고는 내 생각을 따사롭게 그러모아 이야기 한 타래를 사진빛으로 영그는 사진가입니다. 사진잡지 《포토닷》 2호를 덮으면서 꿈꿉니다. 이 땅 아름다운 사진가들이 사진을 한결 사랑하면서 삶을 더욱 즐기는 새해 맞이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7.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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