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자전거와 젊은이 자가용

 


  읍내로 저자마실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봉황다리에 있는 군내버스 타는곳에서 기다린다. 곧 오겠지 하고 기다리며 언손을 살살 녹이며 책을 읽으며 기다린다. 갑자기 건너편에서 빵빵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부웅부웅 엔진 소리까지 크게 내며 자가용 한 대가 할아버지 자전거 꽁무니에서 윽박지르다가 앞질러 간다. 군내버스 타는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란다. 초등학교 아이도 고등학교 아이도 할머니들도 갑작스레 울리는 시끄러운 빵빵 소리에 고개를 그쪽으로 돌린다. 오가는 자동차 하나도 없는 한갓진 시골길에 할아버지 자전거는 천천히 달리는데, 젊은이 자가용 한 대가 뒤에서 놀리듯 해코지하듯 대여섯 차례 빵빵질을 하다가 앞질러 간다.


  저 자가용은 조용히 옆으로 비켜서 달릴 수 없었을까. 자동차 드문 시골길에서 일부러 무슨 티를 꼭 내야 했을까. 천천히 달리는 할아버지 자전거 뒤에서 조용히 앞질러 간 다른 자가용은 무엇일까.


  자전거를 달리다가 뒤에서 갑자기 빵빵질을 하면 누구나 아주 깜짝 놀란다. 깜짝 놀라서 손잡이가 비틀거리기 마련이다. 자가용을 모는 이들은 서로 걱정해 준다면서 빵빵질을 할는지 모르나, 빵빵질을 하면 자전거 타는 이는 깜짝깜짝 놀라기만 할 뿐, 살살 달리지 못한다. 무엇보다, 자전거 교통법을 보자면, 자전거가 길 한쪽에서 달릴 적에 자동차는 떨어져서 달려야 하고 위협을 하면 안 된다고 나온다. 다만, 한국에서는 몇 미터를 떨어져야 하는지 안 밝히고 ‘넉넉히’라고만 나오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자전거 옆으로 2미터를 떨어지도록 법으로 못박는다.


  읽던 책을 덮는다. 저 자가용을 모는 젊은이는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 뒤에서 윽박질 하면서 즐거웠을까. 저이는 어떤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일까. 저이는 아무 책도 안 읽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일까. 저이는 이 겨울에 고흥 시골마을 억새밭 옆을 지나가면서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을까. 저이는 겨울에도 짙푸른 잎사귀 드리우는 후박나무와 동백나무와 가시나무 옆을 달릴 적에 아무 느낌이 없을까. 4346.12.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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