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이야기 - 숨은그림찾기 내 친구는 그림책
안노 미츠마사 지음 / 한림출판사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23

 


숲이 있어야 시골도 도시도 있다
― 숲 이야기
 안노 미쯔마사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2001.5.4.

 


  겨울날 숲길을 거닐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겨울날 숲에 깃들어 포근히 쉬는 가랑잎과 풀벌레를 볼 수 있고, 멧새와 멧짐승을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요즈음은 겨울숲에 깃든 풀벌레나 알집이나 멧새나 멧짐승보다 사냥꾼을 볼 수 있습니다. 사냥총을 들고 사냥을 하려는 사람들 뻥뻥대는 총소리에 깜짝 놀라야 하고, 자칫 사냥꾼들 총알에 맞지 않을까 걱정해야 합니다. 시골에서 살면서 느긋하게 숲을 누리지 못해요. 사냥철이 끝날 때까지 조마조마해야 합니다.


  도시사람은 시골에 왜 찾아올까요. 도시사람은 시골에 찾아와서 숲에 들며 무엇을 누리고 싶을까요. 살찐 멧돼지나 꿩이나 노루나 고라니나 멧토끼나 너구리나 오소리를 잡을 수 있으면 즐거울까요. 도시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먹이를 찾는 비둘기 아닌 깊은 숲에서 살아가는 멧비둘기를 총을 쏘아 잡으면 즐거울까요.


  들나물 캐러 숲을 찾을 시골사람을 무섭게 하는 사냥꾼들 걸음걸이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조용한 시골숲을 사냥터로 꽝꽝 못박아 도시 관광객 끌어들이려는 군 행정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시골은 언제부터 도시사람 관광터로 바뀌어야 했을까요. 시골은 언제부터 도시사람이 관광하러 찾아와 돈을 흘리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흐름이 되었을까요. 시골은 언제부터 도시바라기가 되어야 했을까요. 시골은 언제부터 아이들을 도시로 몽땅 보내는 ‘인력 충전소’ 구실을 해야 했을까요. 이러면서, 도시사람이 유기농이나 친환경곡식을 먹도록 흙을 들볶는 ‘흙공장 노동자’ 노릇을 해야 하는가요.


  지렁이가 꼬물꼬물 살아서 움직이는 흙이 싱그럽습니다. 지렁이 한 마리 살아남지 못하도록 농약을 뿌리는 흙은 싱그럽지 못합니다. 개미가 기어다니고 무당벌레가 내려앉으며 벌과 나비가 노니는 풀밭을 이루는 흙은 싱싱합니다. 개미도 무당벌레도 벌도 나비도 찾아볼 길 없는데다가, 풀밭 하나 없이 민둥민둥 흙땅은 싱싱하지 못합니다.

 

 


  잠자리가 날지 않아도 시골이라 할 수 있을까요. 메뚜기도 방아깨비도 사마귀도 없다면, 이런 들판에서 자라는 곡식을 누가 먹을 만할까요. 제비가 찾아오지 않아도 시골이라 할 만할까요. 제비가 잡아먹을 풀벌레와 잠자리와 나비와 애벌레가 없는 곳에서 거두는 곡식이나 열매나 푸성귀는 도시사람을 얼마나 넉넉히 먹여살릴 만할까요.


  숲에는 모든 목숨이 깃듭니다. 커다란 범과 곰도 숲에 깃듭니다. 작은 다람쥐와 공벌레도 숲에 깃듭니다. 여우와 늑대도, 토끼와 고슴도치도, 두더쥐와 수달도, 숲이 있고 냇물이 있으며 갯벌과 도랑과 골짝과 못과 샘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 또한 이 모든 숲벗과 숲님과 숲동무가 함께 있을 때에 싱그럽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나날 누릴 수 있습니다.


  갯벌을 메워 논으로 만들면 사람은 살 만할까요? 바닷가에 핵발전소와 제철소와 유리공장과 중화학공장 잔뜩 세워 갯벌에 살던 게와 조개와 갯것이 모조리 죽으면 사람은 돈을 잘 벌어서 좋을까요? 우리 바다에서 김과 미역과 톳과 다시마와 매생이를 거둘 수 없으면, 우리 바다에서 삼치와 갈치와 조기와 고등어와 오징어를 낚을 수 없으면, 우리 바다에서 아무런 바닷것을 얻을 수 없으면, 우리 살림살이는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요.


  숲을 밀고 송전탑을 때려박아야 경제발전이 될까 궁금해요. 숲을 짓밟고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놓아야 경제발전을 이루는지 궁금해요.


  우리들은 숲에서 무엇을 보는가요. 우리들은 숲에서 어떤 이웃을 만나고 싶은가요. 사람 사이에서도 이웃집이 사라지고, 사람과 다른 목숨 사이에 어깨동무를 하지 않아도 될까요.


  안노 미쯔마사 님이 빚은 그림책 《숲 이야기》(한림출판사,2001)를 읽습니다. 숲에는 수많은 목숨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숲에는 온갖 이웃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웁니다. 숲에서는 수많은 목숨들이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살아갑니다. 숲에서는 온갖 이웃들이 푸른 숨을 마시고 맑은 물을 먹으면서 푸른 빛을 흩뿌립니다.


  숲이 있을 때에 비로소 시골이 시골답습니다. 숲이 있을 때에 도시도 문명과 문화를 가꿀 수 있습니다. 숲이 없으면 시골이 무너집니다. 숲이 사라지면 도시도 그예 와르르 무너질밖에 없습니다. 4346.12.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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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23 22:02   좋아요 0 | URL
그림책이 너무 좋습니다!!^^

숲노래 2013-12-24 04:52   좋아요 0 | URL
우리 나라에서도 이렇게 숲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곳이
어디에나 곱게 남을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