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나 그려 주셔요 (2013.12.22.)

 


  큰아이 사름벼리가 문득 걸상에 앉더니 “나 그려 주셔요.” 하고 말한다. 종이와 연필까지 갖다 준다. 왜 제 모습을 그려 달라는 생각을 했을까. 걸상에 앉은 여섯 살 아이가 살짝살짝 웃음을 띈다.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들으면서 큰아이 앉음새를 그림으로 옮긴다. 다 그리고 보니 살짝 띈 웃음빛을 제대로 못 담았다. 이것 참 미안하네. 큰아이가 그림을 보더니 “아이, 아니잖아!” 하면서 방 한쪽 구석에 돌아앉아 그림을 지우개로 지운다. 입을 지우고 입꼬리 주욱 늘려 웃음입이 되도록 한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안 그린 제 바지 무릎 꽃무늬를 그리고는, 걸상 뒤쪽을 마저 그린다. 제 이름 넉자 ‘사름벼리’도 적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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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23 10:43   좋아요 0 | URL
"아이, 아니잖아!" ㅋㅋ
갑자기 어린왕자의 양그림이 떠오르네요~ㅎㅎ
참으로 어여쁜 어린이~사름벼리!~*^^*

숲노래 2013-12-23 11:05   좋아요 0 | URL
그림 함부로 못 그린다니까요 ^^;;;
아이가 보는 눈이 워낙 높아서요 ^^;;;;

후애(厚愛) 2013-12-23 13:59   좋아요 0 | URL
그림은 저보다 사름벼리가 잘 그리는 것 같아요.^^;;;

숲노래 2013-12-23 15:10   좋아요 0 | URL
후애 님은 후애 님 삶빛을 즐겁게 그리시면 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