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무 책읽기 1 - 나무이름

 


  고등학교로 찾아가서 그곳 푸름이와 이야기를 나눌 적에 으레 “우리 친구들은 이 학교에서 자라는 저 우람한 나무가 어떤 이름인 줄 알아요?” 하고 묻는다. 아직 어느 아이도 나무이름을 댄 적이 없다. “소나무요.” 하고 말하는 아이가 더러 있는데, 아이들은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릴 수 있을까. 바늘잎이 있으면 몽땅 소나무로만 여기지 않을까.


  아이들은 왜 나무이름을 모를까. 날마다 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은 저희가 다니는 학교에서 수십 해 동안 자라며 학교 건물보다 높이 키가 자란 나무가 어떤 이름인 줄 왜 모를까. 교장도 교사도 모르기 때문일까. 교장도 교사도 나무이름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 나무이름쯤이야 대입시험에 나오지 않으니까 돌아볼 까닭이 없을까. 나무이름쯤 몰라도 인터넷게임을 하거나 편의점에 가거나 놀러다니거나 아무 실타래가 없기 때문일까.


  내가 이름을 알거나 이름을 모르는 학교나무 앞에 선다. 마을에서 자라면 마을나무요, 학교에서 자라면 학교나무이다. 숲에서 자라면 숲나무이고, 바닷가에서 자라면 바다나무 될 테지. 가만히 쓰다듬다가 살며시 볼을 대고, 품으로 곱게 안는다. 얼마나 오랜 나날 얼마나 많은 아이들 웃음과 눈물을 이곳에 서서 바라보았니. 얼마나 많은 아이들한테 네 푸른 숨결 베풀었니. 아마 다들 잘 모를 수 있어. 네가 이곳에 우뚝 서서 푸른 숨결을 베풀기에, 이곳 아이들이 푸른 빛으로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줄.


  그렇지만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이곳에서 씩씩하고 다부지게 뿌리를 내리며 더 높고 넓게 가지를 뻗어 푸른 그늘 베풀 나무로구나. 언제나 고운 빛으로 서고, 한결같이 예쁜 잎사귀 살며시 흔들며 푸른노래 들려줄 나무로구나. 4346.12.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12-19 11:54   좋아요 0 | URL
정말 저 나무, 우람하고 늠름하고 참 좋군요.
그런데 저 나무의 이름은 무엇인지요? *^^*

숲노래 2013-12-19 12:09   좋아요 0 | URL
네이버 지식인에 여쭈니
'가시나무'로 나오는군요~

곧 가시나무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