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글쓰기
제대로 된 한국말사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는가 되돌아보니, 고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였구나 싶다. 그무렵, 그러니까 고등학교 1학년 적에 한국말사전 아닌 ‘일본말사전을 베낀 국어사전’을 한 차례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전’을 놓고 ‘국어사전’이라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대학교에 간다면 우리 말글 배우는 학과에 들어가서 학자가 되어 한국말사전 새로 만드는 일을 해 볼까 하고도 생각했는데, 입시공부에 파묻히느라 그만 이런 생각을 더 잇지는 못했다.
한국말 학자 되는 길보다 통역과 번역 일을 하고 싶어 외국말 배우는 대학교에 들어갔다가, 어느 때부터 시나브로 한국말 새로 익히고 살피는 길로 접어들었다. 스스로 처음부터 뜻한 일이었는지 아리송하지만, 이래저래 우리 말글 살린다는 일을 하며 살았고, 2001년에는 ‘어린이 한국말사전’ 만드는 일을 맡았다. 그러고 열 몇 해 더 흐른 오늘, 내 나름대로 새로운 한국말사전 만들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인다. 2014년에 나로서는 첫 한국말사전을 선보일 수 있다. 다만, ‘사전’이라는 이름까지는 아직 부끄럽고 작은 작품이 될 텐데, 이 작은 작품에 넣을 낱말들 가운데 ‘ㄱ’ 차례에 올릴 낱말을 거의 다 추리고 갈무리했다.
어쩐지 뿌듯하다. 고작 ㄱ 한 갈래 거의 마무리지은 셈이기는 한데, 한국말사전에서 ㄱ이 퍽 많이 차지한다. 그래서 ㄱ을 넘어가기가 첫 고개부터 만만하지 않다 할 만하고, ㄱ을 넘어가면 그 뒤로 제법 수월해서 ㅅ까지 달릴 만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ㅅ에 앞서 ㅂ 고개가 퍽 높다. 그래도 ㄱ을 넘었으면 ㅂ은 가뿐히 넘을 수 있겠지.
ㄱ 갈래를 마무리지을 낱말 ‘꼭’과 ‘끝’을 돌아본다. 두 낱말이 참 예쁘다. 꼭 이 일을 즐겁게 이어갈 생각이고, 끝을 사랑스럽게 다스려, 아름다운 이야기 태어나도록 마음을 쏟고 싶다. 4346.12.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