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얼어도 글쓰기
고흥은 서울이나 다른 곳보다 훨씬 따스하다. 다른 데에서는 눈이 내린다지만 고흥에서는 햇볕이 쨍쨍할 뿐이다. 바람이 조금 차갑기도 하고, 한낮이지만 집안에서는 손이 살짝 언다. 설거지를 하거나 밥을 지으며 손은 아주 꽁꽁 언다. 그래도 마음속에서 샘솟는 이야기 있어 글을 한 줄 더 쓰고 두 줄 더 남기고 싶어 용을 쓴다. 손가락이 얼어 자판을 제대로 두들길 수 없지만, 이를 악물고 글을 더 쓴다. 조금 더, 한 줄 더, 한 쪽 더,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들은 대문 앞 고샅에서 흙놀이를 한다. 고마운 아이들아, 너희가 즐겁게 노니 아버지도 새롭게 기운을 낼 수 있구나. 4346.12.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