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 책읽기

 


  시골 읍내와 면소재지 중·고등학교에 기숙사 짓는다. 읍과 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가까운 학교가 차츰 문을 닫으면서 면소재지까지 가거나 읍내까지 가야 한다. 학교 기숙사에 들어 아침 낮 저녁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형광등 불빛 받으면서 시험공부만 한다. 군청에서는 목돈을 들여 서울 강아랫마을 입시 강사를 불러 주말마다 시험성적 잘 나오는 아이를 위부터 줄을 세워 듣도록 한다. 시골 학교마다 체육관하고 강당이 들어서고 학교급식을 한다. 그렇지만 시골 학교 아이들 먹을 푸성귀나 곡식을 학교 운동장 한쪽에서 손수 일구어 거두지는 않는다. 학교 건물 둘레에는 주차장만 늘어난다. 시골학교 아이는 어떤 쌀을 먹을까. 유기농 쌀을 먹을까, 아니면 농약 많이 뿌리는 여느 쌀을 먹을까, 아니면 친환경농약 뿌리는 쌀을 먹을까. 시골학교 마치는 아이들은 모두 시골을 떠나 도시에 있는 대학교나 공장이나 회사에 들어가도록 교사와 어버이가 등을 민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시골에 깃들어 예쁜 시골사람 되도록 이끄는 교육제도나 교육과정이란 없고, 교과서나 교육이론도 없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시골일 뿐, 시골 중·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모내기를 하거나 가을걷이를 하거나 낫질을 하거나 호미질을 하는 일조차 드물다. 도시로 가서 대학생이 되거나 노동자가 되거나 회사원·공무원 될 아이들한테 시골일 시키거나 맡기는 어버이나 교사는 안 보인다. 이러는 동안 시골마을에 아이들 숫자 줄고, 시골마을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려는 젊은이 사라진다. 도시를 떠나 흙내음 찾아 시골로 오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시골에 머릿수 늘어날 일이 없다. 가난하다는 동남아시아 나라에서 시집온 사람들이 아이를 낳더라도, 이 아이는 도시로 보낼 아이가 되지, 시골에 남을 아이가 되지 않는다.


  시골학교를 보면 시골이 보인다. 시골학교를 보면 나라가 보인다. 시골학교를 보면 지구별이 보인다. 시골학교를 보면, 아무런 빛이 없는 새까만 무덤이 보인다. 4346.12.1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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