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뜯는 겨울부추
봄과 여름에 정구지(부추) 신나게 뜯어서 먹었는데, 꽃대 오르고 씨앗 터지고 난 뒤에도 가을부추 새삼스레 먹었다. 게다가 겨울로 접어들어도 정구지는 푸르게 푸르게 또 푸르고 푸르게 새 잎사귀 뻗는다. 얼마나 고마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얼마나 즐거운가, 노래노래 부르면서 한 잎 두 잎 톡톡 끊는다. 손톱으로 살며시 눌러 끊을 때에 들리는 통통 소리는 싱그럽다. 까마중을 훑느라 손톱 언저리 까맣게 물들고, 겨울정구지 끊으면서 두 손에 풀내음 그득 묻는다. 먹을 적에도 즐겁지만, 풀을 뜯고 작은 열매 훑을 적에도 즐겁다. 뜯거나 훑기 앞서 가만히 바라볼 적에도 즐겁다. 눈과 손과 입과 몸으로 즐거우니, 마음으로도 즐겁다. 겨울정구지란 따순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한테 하늘이 내려주고 땅이 베푸는 예쁜 선물이다. 벌써 냉이가 오르는 곳이 있다는데, 냉이도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겠다.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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