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와 나무와
나무로 짠 책꽂이에 나무로 엮은 사다리 있고, 나무로 묶은 책이 나란히 있다. 헌책방 골마루를 찬찬히 돌아보다가 세 가지 나무를 문득 느낀다. 나무와 나무와 나무가 어우러지는 책방이로구나. 나무와 나무와 나무가 있어 푸른 숨결 흐르는 책방이네. 나무와 나무와 나무가 어깨동무하면서 따순 사랑과 빛을 나누어 주는 책방이야.
나무 책시렁을 쓰다듬는다. 나무 사다리를 어루만진다. 나무 책을 살몃 쥔다. 나무를 만지는 손에는 나무내음 스미고, 나무를 쥐는 손에는 나무빛 감돌며, 나무를 품는 손에는 나무노래 퍼진다. 나 또한 나무가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쓴다. 4346.1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