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81] 한국말사전
오늘을 살아가면서 어제에 쓰던 말을 애써 떠올려야 하지는 않다고 느껴요. 그렇지만, 곧잘 어제에 쓰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곰곰이 되새겨 보곤 합니다. 이를테면, 1800년대 사람들은 ‘감사합니다’ 같은 일본 한자말을 썼을까요? 1500년대 사람들은 이런 일본 한자말을 썼을까요? 신문도 방송도 따로 들어오지 않던 1960∼70년대 시골에서 이런 한자말 쓰던 사람 있었을까요? 어제를 살던 사람과 시골서 살던 사람이라면 모두 ‘고맙습니다’ 하고만 말했으리라 느껴요.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떤 말을 물려줄까 궁금합니다. 이냥저냥 쓰는 말을 아이한테 물려줄는지, 앞으로 삶을 빛내고 사랑을 꽃피우도록 북돋울 만한 말을 아이한테 물려줄는지 궁금합니다. 어느덧 스무 해가 되는 일인데, 1995년 8월 11일부터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었어요. 일제강점기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찌꺼기를 털자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해 참 수많은 사람들이 ‘국민’이라는 낱말을 버젓이 써요.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배우는 과목은 ‘국어’예요. 한국말 아닌 ‘국어’ 교과서에, ‘국어’사전이에요.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즐겁게 나눌 우리들 어제를 밝히던 말은 스러지면서, 얄궂거나 슬프거나 아프게 짓밟히던 우리들 어제가 드러나는 말은 외려 단단히 뿌리내려요. 우리 말은 어떤 이름을 붙인 사전에 담아야 할까요. 우리 삶은 어떤 낱말과 말투로 엮는 이야기로 살찌워야 할까요. 우리 꿈은 어떤 사랑으로 빛내어 어깨동무해야 할까요. 4346.1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