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반기는 아이

 


  십일월에 접어들면 어느새 십이월 다가오는구나 하고 설렌다. 십일월 막바지에 이르면 이제 십이월 되는구나 하고 두근거린다. 십일월 서른날 밤이 지나 섣달 첫날 아침을 맞이하면, 이야, 드디어 섣달이네 하고 웃는다. 언제부터 이처럼 섣달을 기다렸는지 잘 모른다. 아마 우리 어머니가 나를 낳은 뒤부터 섣달을 기다렸으리라 본다. 우리 어머니는 추운 겨울에 나를 낳으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돌아본다. 갓난쟁이 기저귀를 추운 겨울날 어떻게 갈고 갓난쟁이를 추운 겨울에 어떻게 씻기고 돌보았을까 헤아린다. 섣달을 두근두근 기다리니 겨울이 춥다는 생각을 이제껏 한 적 없다. 섣달도, 섣달 그믐 지나 새해가 찾아오더라도, 눈이 펑펑 쏟아지든 물이 꽁꽁 얼든, 섣달은 한 해 가운데 가장 빛나고 눈부신 달이라고 느꼈다. 이 추운 섣달이 있고, 이 차디찬 바람으로 온 땅을 얼려야, 비로소 새봄이 더 싱그럽고 푸르게 찾아온다고 느꼈다. 예부터 겨울에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꽁꽁 얼어야 이듬해에 흙이 한껏 살아난다 했다. 겨우내 눈이 많이 내려야 가문 봄날에 눈이 녹아 흙을 촉촉히 적시며, 흙지기들 논밭 갈아엎으며 품이 덜 든다 했다. 이 기쁘며 아름다운 십이월 한 달 신나게 누리자고 생각한다. 4346.1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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