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책 (도서관일기 2013.11.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곧 가을이 저뭅니다. 추운 북녘마을에는 벌써 눈이 내리거나 냇물 꽁꽁 얼겠구나 싶은데, 따순 남녘마을에는 아직 푸르게 빛나는 나뭇잎이 있습니다. 우리 집 뒤꼍 무화과나무에도 푸른 잎사귀 제법 매달립니다. 이 아이들은 머잖아 불어닥칠 차디찬 바람 맞으면 우수수 떨어지겠지요.
시골집 바깥담을 그득 채운 하늘타리 넝쿨은 모조리 빨갛게 물듭니다. 한가을까지 푸른 빛이었고 드문드문 누렇게 바랜다 싶더니 어느새 몽땅 빨갛게 잎빛이 달라집니다.
대청마루에 앉아서 마당을 내다보아도,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과 함께 마을 둘레 멧자락 숲을 바라보아도, 온통 가을빛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올 적에도 가을빛을 누립니다. 이곳저곳 모두 가을빛입니다. 그러고 보면, 찬바람 일찌감치 부는 북녘마을은 가을도 먼저 찾아오고 겨울도 일찍 찾아옵니다. 아직 바람이 따순 남녘마을은 가을도 늦고 겨울도 늦어요. 그러나 봄은 또 다른 곳보다 일찍 찾아와요.
서재도서관 들어서는 풀밭길은 풀이 모두 시들었습니다. 늦여름까지 풀을 베느라 이럭저럭 땀을 흘렸지만, 이제는 벨 풀도 밟을 풀도 없습니다. 한가을까지는 도서관 창문을 모두 열면 시원했지만, 이제는 창문을 열면 썰렁합니다. 창문을 닫고 포근한 기운을 누립니다.
가을을 노래하는 책들이 있지만, 따로 책을 들추지 않아도 눈을 들어 둘레를 살피면 온통 가을빛입니다. 마을을 감도는 가을빛에서 가을을 읽고, 마당과 뒤꼍과 밭자락을 채우는 가을빛에서 가을노래 듣습니다. 저녁에 해가 떨어지면 아무런 풀노래 없이 고즈넉한 마을에서 새까맣고 고요한 가을빛을 새롭게 누립니다.
이 가을에, 곧 떠날 이 가을에, 햇살 한 조각 고맙게 맞아들입니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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