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지내는 마음 (도서관일기 2013.11.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시골에 있는 도서관에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찾아옵니다. 도시에서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바다 건너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마다 책 하나 만나고 싶은 마음을 곱게 건사하면서 찾아옵니다.


  우리 도서관으로 오는 분들은 으레 ‘시골에 깃든 도서관’까지 오자면 길이 멀다고 얘기하는데, 시골에도 번듯하며 예쁜 도서관이 있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시에서 지내며 여러모로 아름답구나 싶은 책을 살뜰히 건사한 이들이 시골로 삶자리 옮기면서 크고작게 서재도서관을 꾸리면, 시골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시골로 오고픈 도시사람한테 살가운 쉼터 노릇을 하리라 생각해요.


  군청에서 돈을 들여 도서관을 짓는다 하더라도 읍내에 짓지, 면소재지라든지 면소재지에서도 몇 킬로미터 안쪽으로 들어가는 조그마한 마을에 도서관을 짓지는 않습니다. 모두들 한목소리로 ‘가기 쉬운(접근성)’ 곳에 도서관을 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자가용 안 모는 사람 거의 없는데, 도시 한복판이나 읍내에 굳이 도서관을 지어야 하지 않아요. 시골이라 하더라도 자전거로 찬찬히 달리면 그리 멀지 않아요. 찬찬히 시골 들길이나 숲길 자전거로 달려 도서관 찾아가는 즐거움이란 아주 커요. 도시에서도 시내 한복판 도서관보다는 자전거를 달려 나무 우거진 길을 지나서 찾아가는 도서관일 때에 한결 아름답고 상큼하리라 생각합니다.


  숲이 우거진 곳에 깃든 도서관에서는 따로 종이책을 안 펼쳐도 즐겁습니다. 풀밭에 드러눕거나 나무그늘에 앉아서 풀노래와 새소리를 들어도 즐겁습니다. 바람소리로도 즐겁고 구름 흐르는 빛깔 바라보아도 즐거워요.


  나무를 베어 얻은 종이로 묶은 책을 읽을 때에도 마음을 살찌우는 한편, 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는 곳에서 풀내음 맡으며 풀바람 마실 적에도 마음을 살찌웁니다. 이제는 책을 새롭게 보아야 할 때요, 앞으로는 책을 한결 깊고 넓게 아우를 수 있어야 할 때라고 느낍니다.


  시골에서 지내는 마음은, 누구보다 나부터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가고픈 마음입니다. 나부터 즐겁고 아름답게 생각을 가다듬어야, 우리 아이들과 옆지기도 즐겁고 아름답게 하루를 누립니다. 우리 식구부터 즐겁고 아름답게 하루를 일굴 적에 우리 이웃과 동무도 하루를 즐겁고 아름답게 일구는 길을 걷겠지요.


  반가운 책 하나 찾으러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들빛과 들숨을 마십니다. 반가운 책 깃든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서 자주 쉬고 멈추어 하늘빛과 하늘숨을 맞아들입니다. 가을볕이 따사롭습니다. 가을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이 모든 웃음과 노래를 책에 푼더분하게 담는다고 느낍니다. 책이 아름답다면, 책이 되도록 몸을 바친 나무가 있기 때문이요, 책을 엮도록 마음을 바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책이 즐겁다면, 책이 되기까지 오랜 나날 푸른 숨결 베푼 나무가 고운 노래를 실었기 때문이요, 책을 엮기까지 사람들이 저마다 하루하루 알뜰살뜰 가꾸며 사랑을 그득 담았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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