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이야기책

 


  ‘무민’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 이렇게 쏟아진 적이 없었다. ‘무민’ 이야기는 1970년대부터 하나둘 한국말로 나오기는 했으나, 그리 널리 사랑받지는 못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지만, 알 만한 사람 가운데에도 모르기 일쑤인 이야기가 ‘무민’ 이야기책이었다. 핀란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 나라들은 ‘무민’ 이야기책을 몹시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한국에서는 좀처럼 무민 책이 나오지 못했고 읽히지 못했다. 그런데 2013년 막바지에 갑작스레 ‘무민’ 책들이 여러 갈래로 나온다. 반가우면서 살짝 무섭다. 아무리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책이라 하더라도 어떤 바람, 이를테면 방송에 뭔가 나온다고 하는 바람을 타지 않고는 태어날 수 없는가? 어느 연속극에 나온다고 하면서 갑작스레 엄청나게 팔린다는 어느 그림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야 책이 뭐가 되는가. 책은 책인데, 책을 책 아닌 ‘돈벌이 되는 장삿속’으로만 따지면 어찌 되는가.


  곰곰이 돌아본다. 나는 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책마을에 발을 디딘 터라, 내가 일하는 출판사 책들 많이 팔아치우려고 ‘가판’을 참 많이 했다. 가판을 나가면 하루에 적어도 100만 원어치 넘게 팔아야, 아니 들고 나온 책들 9/10는 팔아야 마음이 풀렸다. 처음에는 출판사 사람들이 하루 100만 원은커녕 50만 원만 팔아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200만 원어치 팔지 않고는 마음에 차지 않기도 했다. 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서 책을 팔려고 얼마나 침을 튀기며 책을 떠벌이고 알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름다운 책은 내가 굳이 안 떠벌여도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산다. 에누리 한 푼 하지 않고 고스란히 산다. 아름다운 책이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떠벌이며 책을 팔다가도, 저녁에 밥과 술을 먹으며 돌아본다. 내가 떠벌여서 파는 책과 책손이 스스로 넌지시 골라서 사는 책하고, 어느 책이 책답게 사람들 가슴으로 스며드는가 하고 돌아본다.


  출판사에서 광고를 하며 책을 팔 수 있다. 광고가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책을 알아보는 사람은 광고 때문에 책을 알아보지 않는다. 오로지 책 하나 때문에 책을 알아볼 뿐이다.


  ‘무민’ 이야기책은 광고로나 신문 기사로나 무엇으로나 한대서 널리 팔릴 만한 책이 아니다. 오직 이 책에 깃든 삶과 넋과 사랑으로 읽힐 만한 책이다. ‘무민’ 이야기책이 핀란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왜 그렇게 사랑받을 만한가를 놓고 내 앞에서 한 시간 남짓 신나게 말밥 풀어놓던 외국어대 스웨덴어학과(스칸디나비아어학과) 옛동무가 생각난다. 4346.11.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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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1-21 00:46   좋아요 0 | URL
이중섭 님의 책도 어느 연속극에 나와서 많이 팔리는 것 같더라고요.
‘무민’ 이야기책을 오래전에 아셨군요. 관심 갖겠습니다.
최근에 만화책을 읽었는데 참 좋았어요. 만화도 진화했구나 싶더라고요.
글이 많지 않으나 생각하는 자세의 방법을 배웠어요.
만화책이든 그림책이든 책은 다 배울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읽은 것 중 시시한 책은 없었어요.^^

숲노래 2013-11-21 01:22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만화책을 꾸준하게 소개하거나 알리는 매체는 없다시피 하지만...
눈을 밝히면 잘 찾아볼 수 있어요.
그러고 보면, 만화책을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저 스스로 만화책을 자주 이야기하는구나 싶기도 하네요~ ^^

무민 동화책이나 만화책도,
또 토베 얀손 님 수필책도
퍽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