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놀이·사진놀이 (도서관일기 2013.10.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침을 먹고 나서 도서관으로 나온다. 곰팡이 난 책꽂이를 잘 닦고 니스를 다 발라서 새로 자리잡으려면 앞으로 몇 달이 걸릴까 궁금하다. 혼자서 하는 일이니 무척 더딘데, 아이들과 도서관에 나와서 여러 시간 혼자 일할 수 없다. 한두 시간 빠듯하게 일손을 놀린다. 이러다 보니, 한 시간 반쯤 지나면 큰아이도 동생하고 뛰어놀기에 지치는지 그만 집으로 가자고 한다. 그래, 아버지가 너무 오래 일손을 움직였을까. 니스 바르던 붓만 빨고 가자.


  곧 간다는 말에 큰아이가 다시 기운을 내며 그림책을 들춘다. 얘야, 놀다가 힘들면 창가에 앉아 그림책 들추면 되잖니. 도서관에 왔는데 골마루만 신나게 뛰어다니니.


  내가 고등학생 적에 쓰던 스물 몇 해쯤 묵은 공책뭉치를 끌른다. 너무 오랫동안 들추지 않은 탓일까. 큼큼한 냄새가 난다. 햇살 들어오는 창턱에 펼친다. 고등학생 적에 나온 우표를 동네 우체국에 들러서 ‘명판’으로 장만하고는 아무것도 안 쓴 깨끗한 공책 사이에 끼워 놓곤 했는데, 이 우표들도 공책 종이에 들러붙었다. 고등학생 적에 없는 돈 모아 장만한 우표들인데 이러면 안 되지, 하고 생각하면서 살살 뗀다. 국민학생 적부터 고등학생 적까지 모은 ‘새 우표 안내종이’뭉치는 아예 떡처럼 한 덩이가 되고 말았다. 이 안내종이 모으려고 얼마나 온갖 우체국 돌아다니면서 다리품을 팔았는데, 수백 장이 떡덩이가 되었네.


  그동안 책에 피는 곰팡이만 걱정해서 책하고 책꽂이만 돌보았더니, 내 오래된 공책과 우표는 흐물흐물 망그러지게 생겼다. 책도 다른 것들도 잘 건사해야겠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그림책을 들추니 재미없는가 보다. 누나더러 자꾸 뛰어놀자고 부른다. 큰아이는 작은아이가 자꾸 달라붙으니 책은 덮고, 새롭게 뛰어논다. 망가져서 안 쓰는 사진기를 어디에선가 찾아내어 둘이 사진놀이를 한다. 큰아이가 사진놀이 하니 작은아이도 사진놀이 하고 싶다. 작은아이가 빽빽 소리를 지르며 누나더러 달라 한다. 동생한테 사진기 건네며 잔뜩 시무룩한 얼굴 된다. 그렇지만 동생이 재미난 낯빛과 몸짓으로 노니 다시 얼굴이 풀리고, 작은아이도 얼마쯤 갖고 놀다가 누나한테 사진기 건넨다. 둘이 같이 놀아야지. 혼자서만 차지하고 놀 수 없잖아. 책도 사진기도, 자전거도 장난감도, 모두 같이 만지고 같이 나누면서 놀아야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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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0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고등학교때 우표를 열심히 모우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명동 지하상가 우표상이나, 중앙우체국엘 가서 새로 나온 우표들을 줄 서서 기다리다 설레는 마음으로 사갖고 온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그 우표책들은 이제 제곁에 없네요...

숲노래 2013-11-09 10:50   좋아요 0 | URL
네, 다들... 누군가 그것을 가져가지요 ^^;;
저도 제가 곱게 모시고 모으던
제법 값나가던 우표책을
누군가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