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Eugene Smith (Hardcover)
W. Eugene Smith / Distributed Art Pub Inc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67

 


사진을 찍는 눈빛
― W. William Eugene Smith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사진
 la Fabrica, 2011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가 바로 가장 크며 아름다운 빛이리라 느껴요. 작품으로 찍으면 그저 작품이 되는 사진이고, 삶을 누리면서 찍으면 삶이 빛나는 이야기가 되어요.


  언제나 내 삶이 바로 나한테 가장 크며 아름다운 빛이로구나 싶어요. 내 삶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삶을 내 손으로 일굽니다. 내 삶을 내 마음으로 헤아리고, 내 삶을 내 사랑으로 가꿉니다.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 스스로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일구는 삶이 스스로 빚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흑백이 되어도 되고, 칼라가 되어도 됩니다. 까만 빛과 하얀 빛이 얼크러지는 무늬가 싱그럽도록 할 수 있고, 고운 무지개빛이 흐르며 눈부시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모습이나 빛깔이나 무늬가 되어도 다 즐거워요. 왜냐하면, 삶이니까요. 눈물도 삶이고 웃음도 삶인걸요. 기쁨도 삶이요 슬픔도 삶인걸요.


  언제나 찍는 사진입니다. 어떤 일이 있건 늘 찍는 사진입니다. 어디에서나 찍는 사진입니다. 어떤 모습이라 하든,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하든, 신나게 찍는 사진입니다.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 님이 남긴 사진으로 그러모은 두툼한 사진책 《W. William Eugene Smith》(la Fabrica, 2011)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1918년에 태어나 1978년에 숨을 거둡니다. 길다면 길게 살았고 짧다면 짧게 살았어요. 그런데, 길든 짧든 유진 스미스 님은 이녁 눈빛으로 바라본 삶을 이녁 손빛으로 가다듬어 사진으로 일구었어요.


  다른 모습을 찍지 않습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유진 스미스 님 삶에 맞추어 이녁 삶빛을 사진빛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본 모습을 찍지 않아요. 늘 스스로 바라본 모습을 찍어요.


  스스로 선 자리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걷는 길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사람이 저곳에서 사진을 찍는대서 굳이 저곳으로 가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쪽에서 찍은 사진이 널리 알려지거나 사랑받는다 해서 애써 저쪽으로 가야 하지 않아요.

 

 

 

 

 


  눈빛이 싱그러이 살아날 만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넉넉합니다. 마음빛이 고우면서 맑게 드리우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즐겁습니다. 우리들이 찍는 사진은 현대사진이 아닙니다. 우리들 사진은 ‘우리 사진’이요 ‘내 사진’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찍는 사진이고,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기념사진도 좋고 스냅사진도 좋습니다. 어떤 이름을 앞에 붙이더라도, 스스로 삶을 즐기며 사랑하는 마음결로 찍으면 다 좋습니다. 스스로 삶을 즐기지 못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는 채 기록하거나 돈을 벌거나 예술을 하려는 뜻이 되어 찍는 사진이라면, 재미없고 부질없습니다.


  내가 먹을 밥을 손수 차립니다. 식구들과 따스하게 나눌 밥을 즐겁게 차립니다. 내가 입을 옷을 손수 빨래합니다. 식구들과 오붓하게 지낼 살림을 즐거이 일굽니다.

 

 

 

 

 


  사진을 찍는 까닭은 눈빛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까닭은 생각빛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까닭은 마음빛을 북돋우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까닭은 사랑빛을 살찌우기 때문입니다. 춤을 추는 까닭은 몸빛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삶을 사랑하는 길을 걷습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가 하고 깨닫습니다. 스스로 눈빛을 밝혀 내 자그마한 사진기 하나를 손에 쥘 적에, 작은 사진 하나 일구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꽃 피어나는가 하고 느낍니다.


  유진 스미스 님은 사진기 하나로 밝히는 눈빛을 이야기합니다. 사진 한 장으로 빛내는 삶을 노래합니다. 사진책 하나 남아 꿈꾸는 사랑을 속삭입니다. 사진은 바로 우리 가슴속에 있어요. 사진은 늘 우리 가슴속에서 샘솟아요. 사진은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우리 가슴속에서 곱게 빛나요.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미국에 가는 아는 이웃이나 동무 있으면

유진 스미스 님 사진책을 사 달라

부탁하고 싶습니다.

 

..

 

 

 

 

 

..

 

이 사진들을

'선집'이 아닌

다 다른 '낱권 사진책'으로 볼 수 있으면

훨씬 더 가슴 깊이 울리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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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1-0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공감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함께살기 님의 글을 읽으니 문득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일기' 한 대목을 다시 읽는 느낌도 듭니다.

* * *

어떤 사람이 자기 자신이나 타인(관찰자이든 이웃이든 아니면 시인이든 친구이든)에게 가장 가치가 있을 때는 그가 가장 만족스럽고 편한 곳에 있을 때이다. 거기에서 그의 인생은 가장 강렬해지고 순간들을 놓치는 경우도 가장 적어진다. 친숙한 주위의 대상들이 인생 최고의 상징이자 그의 인생을 나타내는 최고의 예증이다.

숲노래 2013-11-05 19:06   좋아요 0 | URL
유진 스미스 님이라든지 로버트 카파 님이라든지,
이런 분들 좋은 사진책을
돈이 있는 출판사에서 씩씩하게 번역해서 선보인다면
우리 사진빛(사진문화)은 무척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이 책을 옆지기가 미국에 갔을 적에
책값 비싸더라도 꼭 사서 한국으로 돌아오라 해서
어렵게 장만했어요. 아무튼... 책값이 만만하지 않은데...
이 사진들을 다른 분들이 거의 보실 수 없으리라 여겨
서른한 장을 붙였어요.

아무튼, 잘 읽어 주셔서 고마워요, oren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