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 아파트 책읽기
아파트 앞마당은 쓰레기더미 된다. 아파트 앞마당 밑은 깊이 파헤쳐 자동차 대는 자리가 된다. 아파트 둘레에 아파트 쓰레기를 묻을 자리가 없다. 모두 어디론가 멀리 내다 버려야 한다. 병도 플라스틱도 종이도 상자도 책도 이것저것도 모두 쓰레기가 더미를 이루고, 이 쓰레기더미는 날마다 쏟아져 어디론가 잔뜩 실려 가야 한다.
아파트를 짓기까지 송전탑이 서서 이곳을 드나들어야 한다. 도시가스 흐르도록 기나긴 쇳줄 이어야 한다. 저 먼 시골마을 꼴깍 잠기도록 해서 만든 댐에 가둔 물을 이곳까지 물줄로 이어야 한다.
돈으로 짓는 집이기에, 돈을 쓰면서 살아가는 집이 된다. 전기가 끊어지고 수돗물 끊어지며 가스가 끊어지면 아파트는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감옥으로 바뀐다. 여기에다가, 쓰레기를 치워 줄 사람이 없으면 무시무시한 쓰레기터 되겠지.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낳지 못하는 마을은 언제나 쓰레기를 낳고야 만다.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낳는 삶 일굴 적에는 아무런 쓰레기가 안 나올 뿐 아니라, 언제나 아름다운 웃음과 노래와 사랑이 샘솟는다.
온갖 도시 커다랗게 지어 놓은 오늘날이니, 쓰레기를 줄이거나 없애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그런데, 이런 길만 찾는들 쓰레기를 줄이지도 없애지도 못한다. 삶을 찾는 길을 걸어가야 비로소 삶이 샘솟는다. 삶을 찾아야 쓰레기가 시나브로 사라지고, 삶을 찾을 때에 웃음이며 노래며 사랑이 샘솟는다.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책을 읽혀야 하겠는가. 4346.1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