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38 : 물결과 파도
물결이 파도 치는 / 바다 속에도 / 헤엄 치며 농사 짓는 / 고기 농부가 있었네
《이문구-개구쟁이 산복이》(창비,1988) 126쪽
한자말 ‘파도(波濤)’는 “바다에 이는 물결”을 뜻합니다. 국어사전에서 한국말 ‘물결’을 찾아보면 “물이 움직여 그 표면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운동”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말풀이가 쉽지 않습니다. 물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일을 바라보며 ‘물결’이라 가리키는 셈입니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도시로만 몰리며 시골말이 잊힙니다. 요사이는 ‘너울’이라는 낱말을 쓰는 사람을 보기 아주 어렵습니다. “큰 파도”라고만 말할 뿐 “크고 사나운 물결”을 가리키는 ‘너울’을 알맞게 쓰는 사람이 적어요. 그러니까, 물이 위아래로 가볍게 움직일 적에는 ‘물결’이요, 물이 위아래로 크고 거칠게 움직일 적에는 ‘너울’입니다. 한자말 ‘파도’는 “= 물결”이에요.
물결이 파도 치는
→ 물결이 치는
→ 물결이 가볍게 치는
→ 물결이 크게 치는
→ 물결이 넘실거리는
…
보기글은 동시입니다. 아이들한테 읽히려고 어른이 쓴 글입니다. 아이들이 이러한 동시를 읽으며 ‘물결’과 ‘파도’를 어떻게 생각할는지 궁금합니다. 동시도 문학작품이기에, 이 동시를 책으로 낸 출판사에서 섣불리 “물결이 파도 치는”과 같은 글월을 손질하지 못했달 수 있습니다만, 잘못 적은 글은 바로잡거나 새로 쓰도록 이야기를 해서 바로잡거나 새로 써서 책으로 내야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밥을 식사하는”과 같이 엉뚱하게 쓴 글입니다. “밥을 먹는”이라고 해야 맞고, “물결이 치는”이라 해야 맞습니다. 사이에 꾸밈말을 넣어 “밥을 맛있게 먹는”이나 “물결이 크게 치는”처럼 적어야지요. 4346.10.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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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이 치는 / 바다 속에도 / 헤엄 치며 흙 일구는 / 고기 농부가 있었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