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느낌글

 


  책을 읽기만 하려면 읽기만 하면 된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낌글을 쓰자면 책을 읽기만 할 수 없다. 느낌글을 쓰려고 하면 한 번 읽은 책을 적어도 두세 번 다시 읽어야 한다. 느낌글을 쓸 적에는 어느 책이건 적어도 두세 번, 많게는 열 번이나 스무 번까지 되읽고 나서야 비로소 느낌글을 쓸 수 있다.

 

  느낌글을 쓰는 동안 생각한다. 내 느낌글은 언제나 내 느낌을 쓰는 글이지만, 내 생각대로만 함부로 쓰는 느낌글은 아닌가 하고 돌아본다. 내 느낌을 살려서 쓸 느낌글이면서도 내가 미처 읽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 대목이 있는가 없는가 살피기 마련이다.


  느낌글을 쓰려 하면, 한 번 읽은 책을 여러 번 되읽을 수 있으니 즐겁기도 하다. 때로는 너무 어처구니없는 책이로구나 싶어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가를 써야겠다 싶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이럴 때에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자꾸 되살피면서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느낌글을 쓰려 한다면, 스스로 마음을 아름답게 살찌운 책을 놓고 써야겠다고 느낀다. 열 번 스무 번 되읽을 만한 책을 놓고 느낌글을 써야,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도 즐겁고, 아름다운 책을 널리 알릴 수 있어 즐겁다.


  어느 책이든 처음 읽을 적이랑 두 번 세 번 읽을 적이 다르다. 더없이 아름답구나 싶은 책은 처음 읽을 적에는 못 느낀 깊은 아름다움과 너른 사랑스러움을 두 번 세 번 읽는 동안 느낀다. 이냥저냥 읽을 만한 책일 적에는 두세 번 되읽는 동안, 아하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다. 나중에 다시 들여다볼 일이 없겠구나 싶은 책은 두세 번 읽는 사이 따분하고 고단해서 몹시 괴롭다. 4346.10.24.나무.ㅎㄲㅅㄷ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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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0-24 10:16   좋아요 0 | URL
책마다 어쩌면 그렇게 깊이가 다른 걸까요?

두세 번 읽으면서 그 전에 미처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걸 찾아낸 기쁨이란 또 얼마나 크던지요..

물론 한 번 읽기도 시간이 아깝다 싶은 책도 더러 만나기도 하구요.

참말 공감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숲노래 2013-10-24 17:02   좋아요 0 | URL
네, 아름답구나 싶은 책은 여러 차례 되읽고,
시간이 아깝구나 싶은 책은 읽다가 그만두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