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69) 몸으로 겪다

 

몸으로 겪은 것을 그대로 잘 생각해 내어서 쓰면 꾸며낸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을 준다
《이오덕-무엇을 어떻게 쓸까》(보리,1995) 39쪽

 

  국어사전에서 ‘겪다’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어렵거나 경험될 만한 일을 당하여 치르다”로 풀이합니다. ‘경험(經驗)’을 찾아보면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으로 풀이합니다. ‘체험(體驗)’은 “자기가 몸소 겪음”으로 풀이합니다. 한국말 ‘겪다(겪음)’는 ‘= 경험’인 셈이요, 한자말 ‘경험/체험’은 ‘= 겪음(겪다)’인 셈입니다.

 

 겪다·몸겪기·몸으로 겪다 (o)
 경험·체험 (x)

 

  굳이 ‘몸겪기’ 같은 낱말을 지어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겪다’라는 낱말을 쓰면 되고, 흐름이나 자리에 따라 ‘몸으로 겪다’처럼 쓰면 됩니다. “어떤 일을 맞닥뜨리어 배우거나 깨닫다”를 뜻한다고 할 만한 ‘겪다’입니다. “몸으로 배우다”가 “몸으로 겪다”라고 할까요.


  가만히 돌아보면, ‘몸배움’이라고 따로 쓰지 않습니다. ‘배움’이라 할 뿐입니다. 겪거나 배운다고 할 적에는 늘 몸으로 겪거나 배웁니다. 마음으로 겪거나 배운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으로 배운다”처럼 말한다든지 “몸으로 겪는다”처럼 말하면 자칫 겹말로 쓴 셈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때에는 뜻을 더 또렷하게 나타내거나 힘주어 가리키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몸으로 한결 깊게, 몸으로 더욱 뚜렷하게 배우거나 겪으면서 잘 알 수 있다는 뜻이지 싶어요.


  이렇게 ‘겪다’를 차근차근 살필 수 있으면, ‘추체험(追體驗)’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이 사라집니다. “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낌”을 가리키는 ‘추체험’이란 ‘마음읽기’예요. 다른 사람이 겪은 일이 어떠한가를 스스로 몸으로 겪듯이 헤아리는 일이란, 스스로 몸으로 겪거나 부딪힐 적에도 헤아려서 알 수 있고, 마음으로 읽으면서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스스로 몸으로 겪더라도 이녁 마음을 읽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몸으로 겪으며 아는 일이란 ‘몸읽기’라 할 수 있습니다. 몸읽기일 때에는 내 삶을 읽습니다. 마음으로 느끼며 아는 일이란 ‘마음읽기’가 됩니다. 마음읽기일 때에는 내 삶과 함께 이웃 삶을 함께 읽습니다. 4346.10.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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