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여치 베짱이 풀무치 귀뚜라미
함께 살아가는 풀밭에는
방동사니 고들빼기 쑥 민들레
사이사이
사마귀 고개 내밀고
개구리 노래 한 마디.
가랑잎 구르는 마당에
동백꽃 몽우리 차츰 굵고
찬바람에 힘 잃는 잠자리 하나
붓꽃 씨주머니에 앉아 쉰다.
겨울에는 거미도 개미도
고이 잠들까.
이슬 내린 풀밭은
열 시를 넘으며 따뜻하다.
나락 베어 빈 논 그득하다.
고샅마다 한길마다 나락내음 감돈다.
시월은 노란 동이 트며
누런 들숨 햇밥으로 먹는 달,
가을볕 머금은 골짝물 반짝반짝 차갑다.
4346.10.14.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