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의 거짓말
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고노 다이스케 옮김 / 녹색평론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환경책 읽기 50

 


핵발전소 멈추는 길
― 원자력의 거짓말
 고이데 히로아키 글
 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2012.1.5. 1만 원

 


  나는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을 중학생 적에 처음 들었습니다. 1990년이었어요. 핵쓰레기를 버리는 곳을 충청도 안면도에 짓겠다는 정책을 나라에서 내놓으니 안면도사람들 똘똘 뭉쳐 일어나 맞서 싸웠어요. 이를 두고 몇몇 언론매체에서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을 썼어요. 아마 이 앞서에도 언젠가 어느 자리에서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을 썼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때에 처음 들었습니다. 그 뒤 1995년에 인천 앞바다 조그마한 섬 굴업도에 ‘핵쓰레기 처리장’을 짓겠다고 했을 적에 인천사람들이 반대를 했어요. 이때에도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핵쓰레기를 우리 마을에 버린다고 하니까 반대를 하지요. 핵쓰레기가 우리 마을에 있으면 어떻겠어요. 방사능 먹으며 죽고 싶지 않으니 반대를 하지요. ‘지역 이기주의’나 ‘님비’가 아닌 ‘생존권’ 문제예요. 인천은 가뜩이나 온갖 발전소와 공장을 어마어마하게 거느리면서 서울 곁에서 서울에 물건을 대주는 도시예요. 전국에서 가장 살기 나쁠 만큼 바람과 물이 더러워진 곳이 되는데, 핵쓰레기를 버리는 곳까지 인천에 짓는다고 하니, 이를 반길 사람이 있을 턱이 없어요.


  중학생 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핵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에 버려야 마땅합니다. 핵발전소는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 곁에 지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핵발전소 있는 곳은 서울이나 부산이 아니에요. 서울이랑 부산하고 멀찌감치 떨어진 시골입니다. 시골사람은 전기가 없어도 걱정이 없이 살아가는데, 전기가 없으면 바로 폭동이 일어날 도시 한복판에는 핵발전소도 화력발전소도 없어요. 그렇다고 도시 한복판에 햇볕전지도 햇볕전기 모으는 일을 하지도 않아요.


  나라에서는 전남 고흥과 해남에도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함부로 지으려고 밀어붙였지만, 고흥사람과 해남사람 스스로 엉터리 같은 짓을 물리쳤어요. 바다도 들도 숲도 모두 국립공원이라 할 고흥과 해남에 엉터리 발전소를 들일 수 없는 노릇이거든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간추릴 수 있어요.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서울과 부산이요 대구입니다. 핵발전소를 지으려 하면 서울과 부산과 대구에 지어야 합니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쓰레기를 버리는 곳을 지으려 하면 아주 마땅히 서울과 부산과 대구에 지어야 합니다.


.. 원자력의 이점은 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작’ 전기에 불과합니다. 그까짓 전기보다 사람의 생명과 아이들의 미래가 훨씬 소중합니다 … 방사선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았을 경우에는 체온이 ‘섭씨 0.001도’밖에 오르지 않는 정도라도 두 명 중 한 명이 죽어버립니다. 체온이 ‘섭씨 0.002도’ 오르면 모든 사람이 죽습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 이미 알아챘으리라 생각하지만 각각의 공정에서 참으로 막대한 자재와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또 이러한 채굴, 운송, 제련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대부분 석유 등의 화석연료입니다. 그러니까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기도 전에 이미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  (17, 69, 125쪽)


  핵발전소를 지으면 핵쓰레기 버릴 곳을 따로 지어야 합니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다루려면 어마어마한 돈과 시설을 지어야 할 뿐 아니라, 수십만 해일는지 수백만 해일는지 알 길이 없는 긴 나날 방사능쓰레기를 빈틈없이 숨겨야 합니다. 전기를 얻는 길 가운데 가장 어리석을 뿐 아니라, 가장 돈이 많이 들고, 가장 바보스러운 짓이 핵발전소입니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어요. 핵발전소 짓는 돈 + 핵쓰레기 처리장 짓는 돈 + 핵발전소와 핵쓰레기 처리장 관리비·인건비 + 우라늄 캐내어 다루고 재처리장 짓고 다루는 데에 드는 돈 …… 들을 더하면, 온 나라에 햇볕전지판 넉넉히 붙여도 돈이 남습니다. 모든 집과 공장과 회사는 전기값 내지 않고도 전기를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생태재생에너지를 ‘핵발전소와 얽힌 건설비·투자비·인건비·관리비’로 대고도 남아,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하고도 돈이 남을 만큼 되어요.

 

  ‘방사능 쓰레기’에서 방사능이 사람한테뿐 아니라 풀과 흙과 나무와 바람과 물에 나쁜 영향 안 끼칠 만큼 숨기는 데에 십만 해 백만 해가 걸리는데, 이러한 날짜를 헤아려 보셔요. 관리비와 인건비와 시설비가 얼마나 많이 드나요. ‘완전교육’과 ‘완전복지’뿐 아니라, 시골에서 농약과 비료 안 쓰고 흙을 가꾸는 밑돈까지 얼마든지 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핵발전소를 모두 멈추고, 핵쓰레기가 더 나오지 않게 하며, 핵발전소와 얽힌 노동자와 과학자와 공무원 모두 다른 데에서 힘껏 일하도록 돌리면,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모든 나라에 평화와 즐거움이 가득 피어날 수 있습니다. 핵발전소를 멈추지 않으면 지구별에서 전쟁은 그치지 않을밖에 없어요. 전쟁무기도 없애야 하지만, 핵발전소가 바로 끔찍한 전쟁무기인 핵폭탄 만드는 밑바탕인 만큼, 핵발전소는 한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에서 바로 오늘부터 멈추어야 합니다.


.. 외부에서 물을 계속 주입하고 있기 때문에 넣은 만큼 밖으로 나옵니다. 물론 나오는 것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이며, 그것이 부지 안이나 건물들 곳곳에 고여서 노동자들을 피폭시키고 있습니다 … 앞으로 더 많은 방사능이 내릴 것이 염려되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피폭당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가능한 한 아이들 주변에서 방사능을 제거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모래터의 모래를 바꾸고 업체에 학교 건물 청소를 의뢰하는 등 피폭을 줄이는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  (36, 99쪽)


  한국에는 히로시마 원폭피해자와 나가사키 원폭피해자가 아직 있습니다. 1세대 원폭피해자뿐 아니라, 2세대와 3세대와 4세대 원폭피해자까지 있어요. 앞으로는 5세대 원폭피해자가 나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 모두 이를 쉬쉬해요. 감추기에 바빠요. 1945년에 일본에 떨어진 핵폭탄인데, 이 피해는 2013년에도 끝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2200년이나 2300년이 되어도 안 가실 수 있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를 테지만, 앞으로 이 땅에서 새로 태어나 살아갈 뒷사람은 이 슬픈 짐을 떠안아야 합니다.


  게다가, 원폭피해자만 있지 않잖아요.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방사능을 쐽니다. 핵발전소 노동자는 피폭자입니다. 이들 식구와 아이들이 어떤 피폭 영향을 받을는지 누구도 몰라요. 앞으로 또 몇 세대에 걸쳐 이 아픈 일이 되풀이될는지 헤아릴 과학자도 전문가도 없습니다. 그저 ‘전기’ 하나 때문에 핵발전소를 돌리고 핵쓰레기 처리장 짓겠다 하면서 돈은 돈대로 버리고, 사람은 사람대로 죽습니다. 시골과 숲과 마을은 모두 더러워지고, 시골과 숲과 마을이 더러워지면 아주 마땅히 ‘시골에서 거둔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 사다 먹을’ 도시사람도 나쁜 밥을 먹어야겠지요.


  한국 시골이 더러워지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사다 먹으면 될까요? 그러면, 오늘날 중국 시골은 깨끗할까요? 일본과 한국은 베트남과 동남아시아로 핵발전소를 수출하려고 애쓰는데, 앞으로 언제까지 이들 나라에서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와 수산물을 사다 먹을 수 있을까요?


.. 체르노빌 4호기는 불과 2년의 가동으로 원자로 안에 히로시마형 원자폭탄의 약 2600발분의 방사능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중 환경으로 나온 것은 약 800발분이며, 그 오염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 5년이 지나서, 20년이 지나서, 또는 50년이 지나고 나서 피폭이 원인으로 암에 걸리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을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폭자들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 ‘인체에 영향이 없는 정도의 피폭’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며, 아무리 미세한 피폭이라도 DNA를 포함한 분자결합을 방사선이 절단·파괴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 체르노빌 사고로 매우 넓은 지역이 ‘인간이 살아서는 안 되는 장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면적은 모두 약 15만제곱킬로미터입니다. 이것은 일본 전 국토의 40퍼센트에 상당하는 넓이입니다 ..  (52, 80, 81, 88쪽)


  ‘지역 이기주의’는 바로 도시사람 이기주의입니다. ‘지역 이기주의’는 바로 전문가와 과학자와 공무원과 정치꾼 이기주의입니다.


  도시사람이 전기를 펑펑 쓰고 갖가지 물질문명 듬뿍 누리면서, 정작 공장과 발전소는 모조리 시골에 짓습니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에 공장과 발전소를 짓지요. 이러면서 도시와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를 놓아 시골과 숲을 죄 망가뜨려요. 도시사람 일자리를 지킨답시고 4대강사업을 벌이지요. 아파트 재개발을 하며 나오는 시멘트쓰레기가 모두 어디로 갈까요? 다 시골로 갑니다. 도시사람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리는 쓰레기가 모두 어디로 갈까요? 다 시골로 갑니다. 도시사람이 눈 똥오줌이 모두 어디로 갈까요? 다 시골로 가고 바다로 갑니다. 인천 앞바다가 똥물인 까닭은 서울사람 똥오줌이 몽땅 인천 앞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골프장을 안 지어요. 시골에 짓지요. 골프장에 농약 엄청나게 뿌리지요. 시골마을은 골프장 때문에 몸살을 앓아요. 도시사람이 농약 때문에 골치를 썩이거나 숨이 막히거나 병에 걸리나요? 모두 시골사람이 도시사람 때문에 숨이 막히고 병을 앓습니다. 도시사람이 때깔 좋은 열매를 바라니 시골사람은 농약과 비료 잔뜩 치느라 시골마을과 숲을 더럽힙니다. 도시사람이 철없이 겨울에도 딸기를 바라고 수박을 먹으려 하니, 시골사람은 시골마을에 비닐집 치고 석유 때면서 한겨울에 딸기와 수박을 거둡니다.


  이 얼마나 미친 짓이면서 ‘도시 이기주의’일까요. 이 미친 짓은 언제쯤 그칠 수 있을까요. 서울사람과 도시사람은 언제쯤 미친 짓을 멈출 수 있을까요.


.. 지금 시점에서 식품오염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가령 일본인들이 후쿠시마나 북관동지방의 채소를 먹지 않으면 그 지역 농업이 망합니다. 마찬가지로 어업도 망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물론 나도 방사능으로 오염된 식품을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오염은 되고 말았습니다 … 우리는 방대한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사회가 마치 ‘풍요로운’ 사회라고 생각하며, 지역 농업과 어업을 망하게 했습니다 … 도시사람들은 압도적인 인구와 경제력을 배경으로 지금까지 과소지에 위험한 시설을 떠넘기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려 왔습니다. 피해를 후쿠시마 사람들에게만 떠맡겨서는 안 됩니다 ..  (103, 104, 105쪽)


  일본사람이 쓴 《원자력의 거짓말》(녹색평론사,2012)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을 쓴 고이데 히로아키 님은 일본에서 핵발전소 전문가입니다. 핵발전소 전문가인데, 정부와 전력회사 편을 들지 않습니다. 핵발전소 때문에 힘겹고 아픈 ‘작고 여린 사람들’ 곁에 섭니다. 《원자력의 거짓말》이라는 책은 바로 작고 여린 사람들 곁에서 핵발전소 문제를 파헤치고 이야기합니다.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가 후쿠시마 사태를 겪고도 바보스러운 짓을 되풀이하기에, 그대로 지켜볼 수 없어서 책을 내놓습니다.


.. 왜 이렇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만 원전을 세울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태우고 있는(즉 핵분열 시키고 있는) 연료가 우라늄이기 때문입니다. 우라늄을 태우면 반드시 ‘핵분열생성물’, 즉 ‘죽음의 재’가 발생합니다 … 그렇게 위험한 것을 인구가 많은 지역에 지을 수 없으니, 인구가 적은 시골에 떠맡겨 버리려는 것입니다 … 정말로 원전이 안전하다면 이러한 조건을 내걸 필요는 없습니다. 전력 대소비지인 대도시에 건설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 대도시권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난다면 틀림없이 국가 자체가 망할 정도의 피해일 것입니다 … 원자로 등 규제법으로 허용된 농도(1세제곱센티미터당 60베크렐)까지 트리튬을 희석하려면, 매일 물을 100만톤씩 사용해야 합니다.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맹독물을 그대로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 그럼 왜 하지 않는가? 답은 단순합니다.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  (110, 111, 113, 162, 163쪽)


  중앙정부와 전력회사는 돈을 벌려고 핵발전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전력회사는 돈이 아깝기에 ‘방사능 위험’을 나 몰라라 합니다. 중앙정부와 전력회사는 돈을 벌려고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은 ‘전기가 없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중앙정부와 전력회사가 이끄는 대로 끌려다닙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어른인 이녁은 수도물 마시고 정수기 물을 마신다고 쳐요. 이녁 아이들한테도 수도물을 마시게 하고 정수기 물을 마시게 하며 살겠어요? 어른인 이녁은 자동차 배기가스 그냥저냥 마시고 산다고 쳐요. 이녁 아이들한테도 자동차 배기가스 마시게 하며 살겠어요? 어른인 이녁은 송전탑이 집 옆에 서거나 말거나 아랑곳않는다지만, 아이들 놀이터 한복판에 송전탑이 우뚝 서도 아랑곳않겠어요? 어른인 이녁은 아이들이 아무 밥이나 먹어도 되도록 내버려 두겠어요? 어른인 이녁은 아이들이 방사능으로 더러워진 흙을 만지고 놀아도 못 본 척하겠어요?


.. 원전은 ‘친환경적’도 아니고, ‘깨끗’하지도 않고, 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발전 이전부터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낭비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 사실 원자로 안에서는 다 합쳐서 300만킬로와트나 되는 열이 발생합니다. 그중 고작 1/3만을 전기로 바꾸고 나머지 2/3는 버리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곳은 바다입니다 … 이 원전의 큰 문제 중 하나가 환경파괴·자연파괴입니다 … 생명보다 전기가 더 중요한가 봅니다. 원전은 전기가 부족하든 부족하지 않든 즉각 모두 멈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원전을 정지시켰을 때, “사실 원전이 없어도 전력은 충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  (127, 128, 155, 175쪽)


  곰곰이 따지면, 시골에 핵발전소와 핵쓰레기 처리장 짓도록 내모는 도시사람 모습은 ‘지역 이기주의’조차 아닙니다. ‘막가파’라 할 만합니다. 함께 살아가자는 넋이 아닌 함께 죽자는 소리입니다.


  꼭 지어야 하는 시설이 있으면 가장 깨끗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종이를 쓰려고 나무를 베려면 나무를 벤 자리에 나무를 다시 심어야 합니다. 찻길을 내려고 들과 숲을 밀었으면, 그만 한 자리가 들과 숲으로 이어가도록 풀밭과 숲을 지켜야 합니다.


  도시에서도 텃밭을 일구어야 합니다. 건물과 아파트 앞에 논도 짓고 숲도 일구어야 합니다. 새로 짓는 건물과 아파트는 햇볕전지판을 달아야지요. 자동차 지붕에도 햇볕전지판을 달고, 길거리 등불에도 햇볕전지판을 달아야지요. 학교 옥상과 관공서 옥상에도, 또 기나긴 고속도로 찻길을 따라 햇볕전지판 달 수 있어요.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하나씩 해야 비로소 살 길이 열립니다.


  시골사람 등골을 휘는 물질문명이 아닌, 시골사람 등을 토닥이면서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이 시골을 사랑하며 시골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과 교육과 문화를 일구어야 합니다.


.. 원자력발전은 이미 방대한 ‘핵쓰레기’를 만들었습니다 … 원전 자체가 거대한 ‘핵쓰레기’가 되는 것입니다 … 후손들이 100만년 동안 오염의 위험을 떠맡으면서, 또 엄청난 비용을 계속 지출하면서 ‘핵쓰레기’를 감시해 가야 합니다 … 대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물건에 둘러싸이면서 살아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  (179, 185, 186쪽)


  핵발전소 멈추는 길은 하나입니다. 핵발전소에 기대지 않는 삶을 일구면 됩니다. 핵발전소에서 플루토늄 얻어 핵폭탄 만들려는 바보스러운 생각을 집어치워야 합니다. 핵폭탄뿐 아니라 온갖 재래식 무기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군대를 버리고 경찰을 없앨 수 있어야 합니다. 공무원도 없애고 정치꾼과 대통령까지 없애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지방자치 아닌 마을자치를 해야지요. 마을자치에서도 ‘여느 작은 살림집 독립’을 해야지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이녁 보금자리에서 거두어 누릴 수 있을 만큼 숲을 가꾸며 땅을 사랑해야지요.


  전기를 쓰려면 전기를 집집마다 알맞게 만들어 쓸 수 있는 삶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전기를 안 써도 되면 전기 없이 즐겁게 살아가면 됩니다. 수도물 아닌 마을물 마셔야 옳고, 숲물과 냇물을 마셔야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아닌 어버이가 삶과 사랑과 꿈을 가르쳐야 마땅합니다. 아이들은 전문가나 회사원 되려는 직장인 쳇바퀴 아닌 다 다른 아이들 나름대로 사랑과 꿈을 길어올리는 이야기를 삶에서 빚어야 아름답습니다.


  핵발전소 멈추는 일은 아무것 아니에요. 핵발전소를 왜 멈추어야 하는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핵발전소를 멈출 뿐 아니라 화력발전소도 모두 멈추고는, 우리 삶을 어떻게 일굴 때에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생각하며 찾을 노릇입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멈춰야 한다면 왜 멈춰야 할까요. 강정마을 해군기지만 멈추면 될까요. 군대는 버젓이 있는데 강정마을만 멈춘다고 일이 풀릴까요. 강정마을에서 다른 데로 해군기지를 옮기면 그만인데,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느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해요.


  일본 후쿠시마는 일본사람한테뿐 아니라 한국사람한테도 이제부터 생각을 슬기롭게 빛내라고 가르쳐 줍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지요. 하루아침에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지면서 사람들 목숨도 모조리 사라졌어요. 핵발전소 하나가 모든 삶과 사랑과 꿈을 앗아갔어요.


  보아야지요. 보아야 해요. 삶을 보고 사랑을 보며 꿈을 보아야 해요. 찬반이나 폐지를 넘어, 삶을 밝힐 길을 보아야 해요. 마땅히 핵발전소는 멈추고 없애야 할 텐데, 핵발전소를 멈추고 없앤 뒤에 우리 삶을 어떻게 일구어야 하는가를 함께 생각하고 찾으며 오늘부터 즐거이 누리며 가꿀 노릇이에요. 4346.10.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생 2013-10-25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우리 인류에게 이익보다는 해를 준다고 생각을 해왔었는데요.
리뷰를 읽으면서 분노를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막대한 해를 끼치는 원자력 발전소를 자기들의 일신의 영달과 편안을 위하여
발전소를 짓는 정부 인사들이나 학계인사들이나 모두 엉터리로 보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치 광야에 나타난 선지자처럼 생각됩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선지자들은 항상 핍박을 받았지요.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할 진실을 리뷰로 잘 써주신 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너무나 좋은 글이라 제 블로그에 퍼가고 싶습니다.
제 블로그에 책 소개와 함께 이 리뷰를 올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10-25 05:59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쓰신 분은 '일본 핵발전소 전문가'라고 해요.
아직 한국에서는 '핵발전소 전문가'가 한국에 있는 자료를
사람들한테 떳떳하게 밝혀서 '참과 거짓'이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일
하는 사람이 없어요.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박병상'이라고 하는 분이
모든 '참과 거짓'을 야무지게 밝히는데,
이쪽 길에서는 아직 없네요.

유전자조작과 디엔에이조작을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박병상 님 책이나 글에서 잘 짚고 헤아릴 수 있어요.

아쉽기는 해도, 일본 핵발전소 흐름과 한국 핵발전소 흐름은 거의 같기에,
일본책 자료에 나오는 '숫자'는 한국 핵발전소 산업하고도 거의 맞물리도록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 책에 나오는 '방사능 치사량' 이야기는
이 느낌글에 다 담을 수 없었는데,
책으로 읽어 보시면,
핵발전소가 서기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피폭자와 방사능쓰레기가 쏟아지는지...
끔찍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즐겁게 퍼 가셔요~